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10일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표면화학의 개척자' 게르하르트 에르틀(Gerhard Ertl·71) 막스프랑크 연구소 명예교수를 선정했다.
표면화학이란 물질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화학 현상을 한정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예를 들면 금속에 왜 녹이 스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표면화학의 대표적 연구대상이다. 또 촉매의 표면을 활용해 화학반응의 속도를 높이는 것도 주요 연구 대상이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에르틀 박사가 1960년대부터 이 분야를 개척한 공로를 인정해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원인을 알 수 없던 표면 현상들을 원자 수준에서 처음으로 이론적으로 규명해 냈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응용연구를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왕립과학원은 그의 연구가 산업적으로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그는 철을 촉매로 사용, 공기에서 화학비료의 원료인 질소를 쉽게 추출하는 방법을 규명했다. 또 그가 확립한 분석방법론을 통해 오존층 파괴의 실체가 성층권에 있는 작은 얼음 결정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이라는 것도 밝힐 수 있었다.
KAIST 화학과 유룡(52) 교수는 "자동차의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백금 촉매 역시 그의 연구에 바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71번째 생일을 맞은 에르틀은 수상 발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남에게 받을 수 있는 생일 선물 가운데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 말을 할 수 없을 지경"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표면화학
물질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연구하는 화학의 한 분야. 일반적으로 물질의 표면은 그 내부와 매우 다른 물리·화학적 성질을 갖는다. 특히 화학반응의 속도를 좌우하는 촉매는 그 표면화학적 성질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밖에도 마찰, 윤활, 접착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어 현대 화학은 물론 화학공업 분야에서도 큰 중요성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