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최근 자신감을 되찾은 듯하다. 한때 절망적으로 보였던 그의 대선 도전에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게 주변 참모들의 전언이다. 그는 지난 5일 신당 예비경선에서 1위 손학규 후보에 0.3% 포인트 뒤진 2위를 했다. 열린우리당 시절인 2003년부터 당내 선거에서 1위를 놓친 적이 없는 정 후보의 기록이 끝난 셈이다. 그러나 정 후보나 그의 캠프 사람들은 이를 “사실상의 승리”라며 반기고 있다. 도무지 동력(動力)을 찾기 힘들었던 그의 대선 도전이 예비경선을 거치면서 힘을 되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11일 정 후보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만났다.

▲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후보가 11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 경선 전략 등에 대해 밝히고 있다.

―요즘 표정에 자신감이 느껴진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맘 편하게 하니까 그런 것 같다."

―최근 당내에서 정 후보 측이 조직동원 선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모함이다. 과거 정치에서 조직은 돈을 뜻한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 서포터즈(supporters, 자발적 지지자)는 옛날과 다르다. 국민경선의 본질은 19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개방돼 있다는 것이다. 문턱이 없어야 참여의 폭발이 있고, 그래야 성공하는 데, 자꾸 문턱을 만들고 있다. 경선을 성공시키려는 것인지, 그 의도를 모르겠다."

―열린우리당 의장을 2번이나 한 사람이 '열린우리당 해체'에 앞장선 것을 놓고 정치적 신의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요지는 열린우리당이란 배의 선장이었던 내가 왜 먼저 뛰어내렸느냐는 것인데, 당시 열린우리당으로는 도저히 안되기 때문에 (신당이라는) 구명선을 만든 것이다. 지금은 다 함께 탔다. 뱃삯 달라고 할 생각은 없지만, 다 같이 구명선에 타놓고 왜 투덜대는가. 그래 놓고서는 구명선에 탄 사람들이 또 구멍을 내려고 한다. 구명선도 침몰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

―신당 일각에서 제기된 호남 후보 필패(必敗)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호적을 파오란 말입니까. 호남에 태어난 게 죄입니까? 범여권 결속을 위해서는 오히려 호남 후보여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찍은 사람의 핵심층을 묶을 수 있는 후보는 정동영이라고 생각한다. 손학규 후보로 해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겠냐. 친노 후보로 되겠느냐?"

―지난 6월 탈당을 앞두고는 노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는데, 그후 충돌을 피하는 듯한 느낌이다. 10일 노 대통령도 회견에서 "바람이 바뀔 때마다 참여정부와 차별화했다가 또 안 하는 척했다가…"라고 비판했다.

"(한참 웃은 뒤) 노 대통령과는 정치적 동지였고 협력했다. 딱 하나 가치를 달리한 것이 (범여권)대통합 문제였다. 그 지점에서 충돌했고, 그게 전부다. 공(功)은 계승하고 과(過)는 털겠다. 참여정부 5년 그대로 한다고 하면 누가 지지 하겠느냐. 그러나 뿌리는 같다."

―손학규 후보에게 줄곧 정통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만약 손학규 정권이 등장하면 한나라당은 야당이냐 준(準)여당이냐. 정동영이 대통령이 되면 한나라당은 민심에 의해 분해될 대상이고, 건강한 보수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다."

―'이명박 경제대통령'에 맞서 '평화대통령'을 주장하고 있다.

"개성공단을 통해 보여준 추진력을 국민들이 조금씩 인정하기 시작했다. 청계천이 없었다면 이명박 후보가 있었겠느냐. 개성공단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북핵 실험 등으로 이를 설명할 기회가 없었는데, 악조건 속에서도 개성공단을 성사시킨 정동영의 추진력을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지지율이 여전히 이명박 후보에 크게 못 미친다.

"일단은 해 보는 거다. 그러나 5년 전 2002년 선거 때도 11월 25일 이전에는 가망이 없었다. 나는 시대의 요구에 적합하다. 이명박 후보는 양극화를 바라보는 눈물이 없다. 사회적 약자층을 향해 "땀흘려 일하면 먹고 살 수 있다"는 식이다. 기업 경영자는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지도자는 아니다. 시장 만능주의에 젖어 있는 이 후보를 사회적 약자층이 지지할 이유가 없다."

―워낙 정체성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경선을 하고 있는데, 경선 후 화합이 가능하겠나.

"나는 2002년 경선 완주 후 협력이란 레코드를 가진 사람이다. 후보가 되는 즉시 민주당은 물론 장외의 문국현 후보와도 통합 협상에 나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