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검정고시 합격률 98%.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눈을 크게 뜨고 “어느 학원인가요”라고 물을 만한 합격률이다. 검정고시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그 비법을 알고 싶어할 만한 놀라운 성적을 거둔 곳은 다름 아닌 교도소다.

지난달 실시된 2007년 2회 고입·고졸 검정고시에 전주 교도소 재소자 12명이 응시해 전원이 합격했다. 전주교도소는 2006년부터 이번까지 4회 연속 합격률 100%를 기록했다. 안양·대구·부산·청송·진주·군산 등 6개 교도소도 지난 3년간 줄곧 합격률 95% 이상을 기록했다. ‘참을성이 없어 공부를 잘 못할 것’이라는 사회의 편견과는 달리, 교도소 재소자들이 검정고시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주 교도소에는 ‘고시방’이 있다. 검정고시를 보는 재소자를 선발해 하루 종일 공부하도록 하는 ‘기숙사식 학원’이다. 고시방에 입소한 재소자는 평일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 수업을 듣고, 밤 10시까지 공부를 한 후에 잠자리에 든다. 시험 날짜가 다가오면 새벽 2시까지도 고시방의 전등은 꺼지지 않는다. 하루에 최소 10시간 이상 공부하니 성적이 오를 수밖에 없다.

안양 교도소에서는 그룹 스터디도 한다. 고시방에 중입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재소자부터 독학사(시험을 통해 학사 학위에 해당하는 학력을 인정해주는 제도)를 준비하는 재소자까지 다양한 학력의 재소자들이 함께 있다. 더 높은 학습 단계에 있는 재소자가 다른 재소자를 가르칠 수 있도록 교도소에서 고려한 것. 교도소 관계자는 “그룹 스터디로 서로 도움을 주면서 성적이 더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교도소만의 최고 비법은 ‘강력한 의지’다. 안양 교도소 교육교화과 인종희 계장은 “검정고시를 보는 재소자들은 진지하고 치열하게 공부한다”며 “담장 밖 사람들은 ‘떨어지면 다음에 또 보지’라고 생각하겠지만 담장 안에서는 ‘이번이야말로 삶을 고칠 기회’라고 생각해 비장한 각오로 공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소자 강모(28)씨는 공부를 시작한지 반년 만인 지난 4월 고입 검정고시에 전과목 만점으로 합격하고, 8월 시험에서는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불과 1년 만에 중·고교 전 과정을 마친 셈이다. 안양 교도소 송성철 교위는 강씨에 대해 “잠자는 시간 빼고 공부만 했다”고 말했다.

교도소는 왜 재소자들이 공부를 하도록 편의를 봐줄까. 법무부 관계자는 “시험을 준비하면서 공부를 할수록 자신의 잘못을 객관적으로 반성하게 되고, 자제력도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부를 하면 교도소의 주목적인 ‘교화(敎化)’를 달성하기 쉬워진다는 것이다. 한 예로, 무기형을 받고 복역 중인 40대 재소자 A씨는 2005년 중입부터 시작해, 올해 고입·고졸 자격까지 취득했다.

그는 교도관들에게 “진작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검정고시에 합격한 재소자들은 가석방 가능성도 높다. 지난 5월 석가탄신일 가석방에는 검정고시 합격자 41명이, 지난해 성탄절 가석방에는 102명이 포함됐다.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임준태 교수는 “교도소에서 학력을 높여서 나오면 취업 문이 넓어져 범죄로부터 멀어지게 된다”며 “사회 복귀를 원하는 재소자는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교육에 몰두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