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卞良均·58)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신정아(여·35)씨의 가짜 학위 의혹을 제기한 장윤 스님에게 ‘문제 삼지 말라’고 회유했다는 본지 보도(8월24일자 A1·10면)와 관련, 검찰이 사실관계를 조사키로 했다.

신정아씨 가짜 박사 학위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은 24일 “언론에 제기된 변 정책실장의 신씨 사건 개입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맨 처음(2월) 신씨의 가짜 학위를 폭로한 장윤 스님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변 정책실장의 무마나 회유 의혹도 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 정책실장은 이날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장윤 스님을 5월과 7월 두 차례 만난 적은 있으나 신씨 문제로 개입한 적이 없고, 과테말라에서 장윤 스님에게 전화를 건 사실도 없다”며 회동 사실은 시인한 채 중요 의혹을 부인했다.

천 대변인은 “변 정책실장이 올해 5월 장윤 스님을 처음 만났고, 7월에 동국대 문제와 (장윤 스님이 주지로 있는) 전등사 정책 민원 등으로 호텔에서 만나는 등 두 번 만난 것이 전부라고 했다”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두 번째 만남에선 장윤 스님이 동국대의 여러 갈등 사안을 거론하자 변 실장이 ‘어떤 문제든 갈등을 지나치게 확대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변 실장은 이 자리에서 신씨 문제를 스스로 꺼내지도 않았고, 장윤 스님도 신씨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말이 설사 사실이라 하더라도, 청와대 정책실장이 갈등을 확대하지 말라고 말한 것은 장윤 스님 입장에서는 회유나 압력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장윤 스님 측과 불교계 인사들은 6월 29일 장윤 스님이 신씨 의혹을 처음 제기한 뒤인 7월 1일 신씨가 미국에서 귀국했고, 변 정책실장이 7월 2~5일 과테말라에서 전화로, 7월 8일에는 직접 만나서 회유를 했다고 말하고 있다. 신씨는 7월 4일 광주비엔날레 감독에 선임됐다.

장윤 스님의 한 측근은 변 정책실장이 이날 “(대통령 수행 중) 과테말라에서 스님에게 (회유) 전화를 건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자, “스님의 수신 통화 내역을 조사하면 진위 여부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측근은 “경우에 따라선 스님이 통화 내역을 공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 대변인은 그러나 “변 정책실장의 통화 내역을 조사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그럴 단계도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