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과 전남 등 남해안 일대 공룡 화석지를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사전답사로 국제 자연사 전문가들이 19일 오전 경남 고성군에 산재한 공룡발자국과 새 화석지를 둘러봤다.

(〈연합뉴스 7월19일 보도〉)

우리나라는 공룡발자국 화석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발견되고 있는 나라이다. 특히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에 걸쳐있는 남해안에는 수만 여 점의 공룡발자국 화석이 있다. 공룡시대 하늘을 지배했던 익룡의 발자국과 중생대 새 발자국 화석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고 연구된 곳도 바로 한국이다.

이들 발자국 화석들은 새로운 종류로 국제학술지에 등재되어 있다. 비록 스페인의 경우 한국보다 더 많은 지역에서 공룡발자국화석이 발견되었다고 하지만 한국은 단일 면적당 발자국 밀집도와 다양성에서 세계적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왜 한국에서 이처럼 많은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는 것일까. 백악기 당시 한반도는 북미 및 유럽들과 달리 공룡이 생활하기에 적당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었다. 당시 세계 곳곳에서는 화산이 폭발하고 있었고, 고탄소화된 대기는 오존층을 위협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반도를 비롯한 몽골,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다행히 공룡들이 생활할 수 있는 물과 먹잇감들이 풍부했다. 쥐라기 이후 그토록 많았던 커다란 목긴 공룡들이 백악기 당시 북미대륙이나 유럽에서는 잘 발견되지 않는 반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이들 용각류 화석들이 발자국과 뼈로 잘 보존되고 있다. 공룡시대 마지막 낙원이 이 땅에 있었다는 증거다.

호수 주변에는 각종 침엽수와 양치류 등의 식물들이 잘 분포되어 있었고 조각류(鳥角類·주로 두발로 걷는 초식 공룡), 수각류(獸脚類·두발로 걷는 육식 공룡), 용각류(龍角類: 네 발로 걷는 초식 공룡) 등 다양한 공룡들이 자리매김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증거들이 한반도 곳곳에서 발굴 연구결과로 나타나면서, 한반도 남해안 지역 공룡발자국 화석지를 제주도에 이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공룡 관련 세계유산지구는 캐나다 드럼헬러의 주립공룡공원(Dinosaur Provincial Park)이 대표적이다. 아직 아시아에서 공룡 관련으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은 없다.

남해안 공룡화석지는 세계적 학술적 가치와 더불어 화석의 밀집도, 종의 다양성, 수많은 개체 등 국제적으로 그 가치를 높게 평가 받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공룡발자국과 대규모 공룡알과 알둥지 화석, 세계 최대 규모의 익룡발자국 화석, 새로운 종류의 공룡뼈화석, 규화목, 식물화석, 거북, 악어, 어류 등 각종 척추동물, 무척추동물 및 생흔화석(生痕化石·발자국이나 배설물처럼 생활 흔적이 보전된 화석) 등 공룡 시대에 생활 환경이나 생태계를 되짚어 볼 수 있는 화석들이 다양하게 나오는 곳은 흔치 않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지정을 위해 실무추진단이 전남대학교 한국공룡연구센터에 이미 꾸려졌고, 수 차례의 관계 기관 회의 및 실무자 워크샵이 열렸다. 또한, 국내 및 해외 관계 전문가들이 수시로 화석지를 방문하여 현장을 점검하고 세계유산으로 손색이 없도록 보존 관리계획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뉴질랜드의 폴 딩월, 스위스의 크리스챤 메이어 박사 등 공룡 및 화석 관련 세계자연보존연맹(IUCN) 관계 국제전문가 4명과 국내 전문가 10명이 해남, 화순, 보성, 여수, 고성 등 남해안 5개 공룡화석지를 방문하고 종합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유산 지정을 위해 앞으로 남은 과제는 많다. 신청단계에서부터 세계유산대회에서 최종 결정될 때까지의 2년여 시간 동안 우리의 부족한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우리와 경쟁 상대에 있는 스페인이나 볼리비아 등 다른 나라와의 비교 우위를 증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