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신정아 교수의 박사학위 위조사건에 결정적 미스터리 문건이었던 ‘동국대가 예일대로부터 받았다는 팩스’가 가짜인 것으로 확인됐다. 예일대 대외협력처의 길라 라인스틴씨는 12일 본지가 이 팩스를 이메일로 보내고 진위 확인을 요청한 것에 대해 “이 서류는 예일대의 학력확인서 양식과 다르며 가짜다”고 말했다. 그는 전화통화에서 “편지에 서명이 있는 파멜라 셔마이스터(Schirmeister) 교수는 현재 부재중이나 그녀의 조교와 확인한 결과 셔마이스터 교수는 이런 편지에 서명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라인스틴씨는 또 “한국에서 김홍남(현 국립중앙박물관장)이라는 분도 이 서류의 진위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이 팩스는 예일 대학원 부원장(Associate Dean)인 셔마이스터씨가 ‘신정아(Jeong Ah Shin)는 1996년 8월 미술사학과에 입학해 2005년 5월 졸업했으며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는 내용에 대해 “예일대가 발급하고 내가 사인한 것이다”라고 확인해 준 것으로 되어 있다.

신 교수의 2005년 동국대 교수 임용, 2008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선임에 증명서류로 제출됐던 이 학력확인 팩스가 가짜로 밝혀짐에 따라 그 서류는 국내에서 조작됐을 가능성이 커졌다.

동국대는 신 교수와 같은 특별채용의 경우 이력서·지원서·연구실적·학위논문·학위기 사본·성적증명서 원본 등을 받아야 했으나 2005년 9월 그녀가 제출한 학력확인서에만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비난을 받았었다. 그러나 이제 이 확인서마저 가짜로 밝혀졌다. 이 확인서를 예일대로부터 직접 받았으며 결재 서명까지 한 안 모 교수는 "예일대에 직접 편지를 써서 국제우편으로 보냈고 팩스도 받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진 신 교수도 현재 위치가 불분명한 상태다.

이에 앞서12일 오전 광주비엔날레측은 신 교수의 예술감독 선임을 철회했다. 그러나 또다른 의문은 남는다. 우선 ‘가짜 박사’로 드러난 그녀가 어떻게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 미술계와 대학사회를 감쪽같이 속일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더욱이 그녀는 금호미술관 큐레이터(1997~2001년), 성곡미술관 학예실장(2002년~), 동국대 조교수(2005년~) 등 미술계의 내로라하는 자리를 맡아 왔다.

전 금호문화재단 간부인 A씨는 12일 전화통화에서 “신 교수가 금호미술관 큐레이터일 때 예일대 박사 재학 중이라 했으나, 박성용 당시 금호그룹 명예회장이 신 교수가 거짓말한다는 것을 알고 사표를 내도록 종용했다”고 말했다. 성곡미술관의 박문순 관장은 서면 인터뷰에서 “전임 실장의 추천과 금호미술관 경력이 있어서 특별 채용했으며 (박사 학위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국대 관계자도 비슷한 해명을 했다.

결국 금호미술관 큐레이터 경력은 신 교수가 이후 경력을 쌓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금호미술관은 당시 그녀의 학위 위조에 대해 불분명하게 마무리해 문제를 키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