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서부 대평원(Great Plains)의 농부들은 활짝 웃고 있었다. 네브래스카주의 인구 8000명인 소도시 블레어 시의 농부들은 7일 광활한 들판에서 거대한 파종기를 움직이며 콧노래를 불렀다. 지난달에 파종을 마친 밭 가운데에는 싹이 20㎝ 정도 자라난 곳도 있다. 농부 제프 켐키(Kemkey·55)는 “아버지 때부터 17에이커(1에이커는 1224평) 밭에 옥수수와 콩을 재배하고 있다”며 “3년 전에 에이커당 1500달러 하던 밭값이 지금은 2500달러로 올랐다”고 말했다.

부동산업자인 톰 스턴버그(Sternberg·61)는 "곡물업체인 카길의 인근 옥수수 가공공장이 에탄올 생산을 늘리면서 옥수수 매입량과 고용인원도 증가하고 있다"며 "지난 5~6년 사이에 인구가 10% 이상 늘었다"고 말한다. 증가한 인구의 절반은 옥수수를 재배하기 위해 몰려든 농부들이다.

옥수수와 콩 재배가 주산업인 인근 아이오와주 미주리밸리 시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부동산회사 '센추리 21'의 줄리 매클래나한(McClannahan·46) 매니저는 "2~3년 전에 에이커당 평균 2000~3000달러 하던 농지 가격이 최근에는 4000~5000달러로 올랐다"며 "그래도 농부들은 더 오를 것이라고 믿고 팔 생각을 안 해 가격은 점점 오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옥수수를 원료로 하는 에탄올이 대체 에너지로 각광을 받으면서, 네브래스카·아이오와·캔자스·미시시피·아이다호 주 등 미국 내 옥수수 재배 지역의 농민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옥수수 가격은 지난해 무려 82%나 급등했다. 지난 3월 이후 다소 약세지만 아직 고공행진 중이다. 농지 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작년에 미 전체 농지가격은 옥수수밭 가격 급등에 힘입어 15%나 상승했다. 아이다호는 무려 35%나 뛰었다. 농지 가격의 상승률은 작년 미 뉴욕시 맨해튼 남부 소호 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12%)보다 높다. 농지 가격이 맨해튼 등 대도시 도심 아파트 가격보다 많이 뛴 것은 30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 네브래스카주 블레어의 주민 래리 스톤이 파종이 끝난 옥수수밭과 저 멀리 카길사의 옥수수 가공공장을 가리키며 에탄올발 옥수수 붐을 설명하고 있다.

옥수수 가격이 오르자, 캔자스·미시시피·텍사스 주의 농민들은 면화와 콩밭을 옥수수밭으로 바꾸고 있다. 면화나 콩 대신 옥수수를 심을 경우 에이커당 100~200달러를 더 벌 수 있기 때문. 캔자스주에서는 강렬한 햇빛과 병해충(病害蟲)에도 생존이 가능한 유전자조작 옥수수 씨앗은 완전히 동났다. 농무부는 농민들이 다퉈 옥수수 경작에 뛰어들면서 올해 옥수수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15% 많은 9050만 에이커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1944년 이후 최대 면적이다. 반대로, 올해 콩과 면화 재배면적은 각각 11, 20% 감소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에탄올발(發) 옥수수 파동’에 울상을 짓는 이들도 있다. 네브래스카주 육류제조업체 ‘그레이터 오마하’의 한국계 워너 김 이사는 “옥수수 사료가격이 뛰면서 도축 전 생우(生牛) 가격이 작년 말보다 10%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옥수수는 약 80%가 가축사료로, 20%가 에탄올 연료로 사용된다. 멕시코인들은 주식인 토르티야의 원재료인 옥수수 가격이 급등하자 식품비 상승을 걱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