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한나라당 대권주자인 이명박과 박근혜의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다 보니 양 캠프에 관련된 의원들의 사소한 움직임마저도 신문에 가십거리로 보도된다.

엊그제 홍준표 의원 장모 상가에서 박근혜 캠프의 고문으로 합류한 서청원 전 대표와, 이명박 캠프의 이재오 의원이 서로 소주잔을 권하면서 ‘농담반 진담반’의 기 싸움을 벌였다는 내용이 신문에 보도가 되었다. 필자에게는 몇 줄 안 되는 이러한 가십성 기사가 또한 칼럼거리가 된다. 수백 년 내려온 두 사람 집안의 역사와 족보가 순간적으로 현재의 상황에 오버랩 되기 때문이다.

서청원은 우리나라 현역 정치인 중 문벌이 가장 좋은 집안 후손이다. 대구서씨(大丘徐氏) 집안으로서 소위 ‘3정승 3대제학’을 배출한 집안의 후손인 것이다. “삼정승(三政丞) 불여(不如) 일대제학(一大提學)”(정승 3명이 대제학 1명만 못하다)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집안은 영의정은 물론이고 대제학을 연달아 3명이나 배출한 명문이다.

특히 정조대인 18세기 후반에 대제학을 지낸 서영보(徐榮輔)는 당시 과거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한 인물이다. 이때 차석이 누구인가 하면 바로 다산 정약용이다. 서영보는 다산을 제치고 수석을 한 수재였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그는 ‘만기요람’(萬機要覽)이라고 하는 군왕의 필독서를 남겼다.

서청원 집안의 정치적 노선은 소론(少論)이었다. 소론은 집권여당인 노론(老論)과 야당인 남인(南人)의 중간에 있었지만, 서청원의 집안은 노론과 매우 가까운 노선이었기 때문에 조선후기에 혁혁한 벼슬을 할 수 있었다.

반대로 이재오 집안은 야당인 남인이었다. 남인 중에서도 그냥 남인이 아니라 ‘골수 야당’이라 할 수 있는 재령이씨(載寧李氏) 집안이다. 갈암(葛庵) 이현일(李玄逸)이 바로 17세기 후반에 야당인 경상도 남인의 울분을 대표하던 인물이었다. 그래서 ‘재리’(載李)들은 벼슬길을 봉쇄당했다.

이재오는 재령이씨들의 집성촌인 경북 영양의 답곡(畓谷)에서 태어나 성장하면서 ‘재리’의 가풍을 아는 정치인이다. 조선후기에 가장 화려했던 ‘3정승 3대제학’ 집안의 후손 서청원과, 골수 야당인 재령이씨 집안의 후손 이재오의 앞에 놓인 인생행보가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