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공대 학살의 범행 동기는 여자친구와의  '치정'이 아니라, 정신병원 치료 전력이 있는 한 젊은이의 사회를 향한 무차별 적개심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또 학살 범죄가 사전에 미리 치밀하게 계획되었다는 정황 증거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총기 난사 범인 조승희(23)는 사건 당일 기숙사에서 2명을 살해한 직후 자신의 불만을 담은 사진과 비디오, 기록 등을 담은 소포를 미국 NBC 방송에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NBC는 조가 비디오물과 사진을 범행 6일 전에 사전 제작한 것으로 추정했다.

미 NBC 방송은 18일(현지시각) 오전 이 우편물을 받아  미 연방수사국(FBI)으로 넘기고, 소포물 중 비디오와 일부 사진들을 공개했다. 소포에는 총 27 파일로 나뉘어진 동영상 클립(전체 10분 분량)과 총 43장의 사진이 담겨 있었다.

NBC 방송은 이 우편물은 조가 사건 당일 기숙사에서 2명을 살해한 1차범행 직후 공대로 이동해 30명을 추가살해 하기 전에 도심에 있는 우체국에서 발송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NBC방송측은  “약 10분 분량의 이 비디오는 내용이 두서가 없으며, 마치 성명서 (manifesto)같다”면서 “조의 말은 이해하기도 어렵고, 산만했으며, 조는 매우 화가 나있는 듯 보였다”고 말했다.

NBC는 소포물 송신자의 이름은 '조승희'가 아닌 '이스마엘(A Ishmael)'로 적혀 있었다고 밝혔다. NBC는 또 조의 기숙사 룸메이트인 카런 그러웰의 말을 인용해 "조가 동영상을 찍은 장소는 기숙내 내의 공용 공간"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마엘이라는 단어는 조가 32명을 학살 한뒤, 자신의 팔에 붉은 글씨로 남긴 '이스마엘 도끼'라는 구절에서도 나온다.

NBC는 "조의 행동과 말을 분석해볼 때, 컬럼비아 총기 사건과 같은 이전 미국내의 총격 사건들의 범인들과 유사한 특징들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비디오에서 조승희는 비디오에서 특정인물을 거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쾌락주의와 기독교에 대해 언급했으며,부유층에 대한 증오심을 노출했다.

조승희는 비디오에서 "너희들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벤츠자동차로도 부족했냐, 금목걸이로도 부족했냐, 이 속물들아. 트러스트 펀드도 부족했냐, 보드카와 코냑으로도 부족했냐. 그 모든 환락으로도 부족했냐. 그 모든 것이 너희들의 쾌락주의적 욕구를 채우기에 부족했냐. 너희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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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희가 보낸 비디오에는 “이런 일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하는 등 연쇄 총기학살을 암시하는 모호한 언급이 있었다고 방송은 전했다.

현재 NBC가 공개한 사진은 모두 13장. 살인범 조가 2개의 총을 들고 있는 모습, 총을 겨냥하고 있는 모습, 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겨냥하는 모습, 망치를 쳐들고 있는 모습 등 엽기적인내용의 사진들이었다.

NBC는 “조의 우편물 중에는 27개의 비디오 파일이 있다”며 “조는 비디오 카메라 앞에서 얘기했고,부유층에 대한 증오에 대해 길게 얘기했다”고 전했다.

범인 조승희가 미 NBC 방송에 보낸 사진 공개화면 / NBC홈페이지 캡처http://www.msnbc.msn.com/id/18169776

또한 우편물의 사진 중에는 조승희가 범행에 사용한 것과 일치하는 권총들을 들고 있는 사진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승희는 “나는 예수 그리스도처럼 죽고 싶다”면서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일깨우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 처럼 죽는다”고도 했다. 그는 또 지난 1999년 발생했던 컬럼바인 고교 총기사건의 주범인 에릭 해리스와 딜란 클레볼드를‘순교자’로 표현하기도 했다.

조승희는  또 비디오에서 “내가 이런 짓을 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떠날 수 있었고,도망칠수 있었다.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나는 더 이상 달릴 수 가 없다.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나의 아이들과 형제 자매들,그들을 위해서 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간이 됐을 때 나는 그것을 했다.나는 (그것을) 해야만 했다”고도 했다.

조승희는 “당신들은 오늘을 피하기 위한  수많은 기회와 방법이 있었지만  내 피를 흘리기로 결정했다. 당신들이 나를 구석으로 몰아넣었고,나에게 오직 하나의 선택만 있었다. 결정은 당신들이 한 것이다. 지금 당신의 손에 묻은 피는 절대 씻겨지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NBC에 조승희 동영상이 배달된 이후, 이 사건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단 조가 자신의 범행을 예고하는 동영상을 사전에 제작한 점, 2자루의 총기를 미리 확보한 점, 쇠사슬 등 범행도구들을 미리 준비한 점 등을 볼때 이 학살극은 사전에 미리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 NBC는 "사법 당국이 조의 기숙사를 조사했을 때, 여분의 사슬과 열쇠 등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조는 노리스 홀에서의 2차 학살때, 빌딩 현관문을 쇠사슬로 묶어 희생자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수사당국은 조승희가 지난 2005년 12월 정신병 판정을 받고 인근 세인트알반정신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바 있다고 밝혔다. 미 언론들은 “조가 무덤에서 되돌아왔다”면서 “조는 정신병자였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에 앞서 조승희는 지난 2005년 2명의 여학생을 스토킹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은 적이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버지니아 경찰은 “조승희가 지난 2005년 2명의 여학생을 스토킹한다는 신고가 접수돼 조씨를 2차례 인터뷰했다”며 “당시 경찰은 조승희가 자살할 수도 있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는 조승희에게 정신과 상담을 받을 것으로 권고했다”고 밝혔다.

[포토] 미 NBC가 공개한 조승희가 보내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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