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알고부터, 매일 아침이 정말 행복해졌어요."

용인시 수지에 사는 주부 박은주(32)씨는 6개월 전, 한 바리스타에게 손으로 원두커피 내리는 법을 전수 받았다. 과거엔 커피 맛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내리는 정성에 따라 맛이 달라졌다. 지금은 아침에 눈을 뜨면, 커피부터 내린다. "집안에 가득 퍼진 커피 향을 즐기면서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얼마나 즐거운지 몰라요."

지난 9일 오전, '커피내림이 예술'이라는 바리스타 양철안(42)씨의 '커피교실'을 찾았다. 성남시 분당구 분당동에서 핸드드립(Hand Drip)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양씨는 매일 오전 10시, 원두커피 내리는 법을 전파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편하다고 인스턴트 커피를 즐기시는데, 가정이나 사무실에서도 신선한 원두커피를 맛있게 내려 마셨으면 해서요. 맛도 훨씬 좋고, 몸에도 좋답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직장생활을 하던 양씨는 커피원두와 커피기구 등을 수입하는 형의 영향을 받아 커피와 친해졌고, 7년 전부터 자연스럽게 바리스타를 꿈꿨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커피를 배웠고, '고노 드리퍼'(일본에서 디자인상을 받은 커피 내리는 도구)를 개발한 일본의 고노 선생에게 '핸드드립 기술'을 전수 받았다. 대체 커피에 무슨 비밀이 있기에 '공부'까지 해야하는 걸까.

◆커피 맛은 100가지

"커피가 갖고 있는 맛은 100가지가 넘습니다. 흔히 알 수 있는 쓴맛, 신맛, 단맛 외에도 구수한 맛, 탄맛, 발효된 맛, 떫은 맛, 감칠맛, 오래된 맛, 곰팡이 맛, 흙맛 등 정말 다양하죠." 커피의 신맛·단맛·감칠맛이 조화롭게 입안에 퍼지면 '밸런스가 좋다'고 표현한다. '커피맛'뿐 아니라 '커피향'도 전문적으로 표현하면 3가지로 나뉜다. 원두를 볶은 후나 분쇄한 후 나는 향은 '프레이그런스(Fragrance)', 추출한 액의 향기는 '아로마(Aroma)', 마셨을 때 입천장으로 느껴지는 향과 맛은 '플레이버(Flavor)'다.

양씨에 따르면 “커피는 소화와 다이어트에 좋고, 탈취에 효과적이고, 무엇보다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고 했다. “카페인이 많다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원두커피에 든 카페인은 자판기 커피의 3분의 1밖에 안돼요. 녹차나 홍차보다 적은 수치죠.”

원두커피는 볶은 후 2일~15일 내에 먹어야 맛이 좋고, 산소와 닿지 않도록 밀폐용기에 보관해야 한다. 볶은 원두를 분쇄한 후에는 곧바로 먹는 게 좋고, 부득이 커피를 갈아 놓았다면 냉동보관하고 뜯은 후에는 다 처리하는 게 좋다.

◆핸드드립 커피는 ‘마음’이 반

“에스프레소(Espresso)는 과학이지만, 핸드드립은 마음입니다.”

에스프레소는 ‘빠르다(Express)’는 뜻의 이탈리아 말로 기계가 커피·물의 일정 비율과 시간·온도 등을 맞춰 빠른 속도로 짜내 맛이 늘 일정한 커피를 말한다. 여기에 우유나 캐러멜 소스 등을 섞어(블렌딩) 다양한 커피음료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마음과 정성이 없으면 맛을 보장할 수 없는 게 ‘핸드 드립’, 손으로 내린 커피다. 양씨는 “어떤 주전자로, 어떤 온도로, 얼마나 굵은 물줄기로, 어떤 속도로, 얼마의 시간 동안, 어떤 방향으로 물을 붓느냐에 따라 같은 원두라도 맛이 다 달라진다”고 했다.

정말일까. 이날 수업에 참가한 8명의 주부들과 함께 같은 원두로 커피를 내려봤다. 양씨가 내린 커피의 맛과 주부들이 내린 커피의 맛, 그리고 기자가 직접 내려본 커피의 맛이 정말 다 달랐다. “선생님이 내린 커피가 훨씬 맛있네요. 어떻게 된 일이죠?”

◆집에서 ‘핸드드립’ 커피 마시기

비결은 '기술'과 '정성'이다. 커피 재료와 양, 도구는 모두 같아도 물을 따르는 '섬세함'에서 차이가 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커피의 향과 맛을 얼마나 잘 우려내느냐. 초보들이 가장 잘 하는 실수는 물이 커피를 녹일 새도 없이 새어나가게 붓는 일. 그 커피 맛은 안 봐도 뻔하다.

1. 필요한 도구 ▶드리퍼, 서버(드리퍼 밑에 받치는 주전자), 페이퍼, 온도계, 초시계 등

2. 페이퍼 접는 법 ▶측면 봉합부분을 먼저 접고, 아래쪽 테두리는 측면을 접은 반대방향으로 접는다. 아래쪽 양끝을 안쪽으로 접어 오목한 그릇모양이 되게 한다.

3. 커피와 물의 양 ▶1인분은 커피 10g에 물 150㏄, 2인분은 18g에 300㏄, 3인분은 25g에 450㏄.

4. 드립 추출 단계

▶서버 위에 드리퍼, 드리퍼 안에 페이퍼, 페이퍼 안에 갓 갈아낸 커피를 넣는다. ▶90℃로 끓인 물을 주전자에 담아 가운데부터 달팽이 모양을 그리며 전체적으로 적셔준다. 물은 3~4㎝ 높이에서 수직으로 붓는다. ▶커피거품이 부풀어오르는 25초 동안 뜸을 들인다. ▶천천히 가는 물줄기로 달팽이 모양을 그리며 밖으로 4번, 안으로 3번 원을 그려 1차추출 한다. 미세한 거품이 날수록 신선한 커피다. ▶2차 추출은 1차와 같은 방식으로 하되 물줄기를 조금 굵게 한다. ▶3차는 커피향과 맛을 희석하는 단계로 페이퍼에 물이 직접 닿지 않도록 주의한다. ▶4차에서 원하는 양이 추출되면 멈추고, 거품이 움푹 꺼지기 전에 서버와 드리퍼를 분리한다. ▶이 모든 과정을 3분에 끝낸다. 커피교실은 5주에 걸쳐 10시간 이어지며, 수강료는 10만원이다. ☎(031)703-6880,  www.coffeehapp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