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제일 나쁜 날도 캐나다에서 제일 행복했던 날보다 좋아요.”(루베이다), “같이 사는 한국 친구가 이것 저것 챙겨주고 요리도 해줘서 엄마 같아요. 한국 사람들 정이 참 많죠.”(에바)

다양한 피부색에 어설픈 한국말을 거침없이 휘두르는 해외파 미녀들이 일요일 아침 안방극장을 ‘점령’했다. KBS 2TV ‘미녀들의 수다’. 이 땅에서 생활하는 외국 젊은 여성들이 주저 없이 털어놓는 엉뚱·발랄한 한국 체험기에 시청자들은 마음속 막연한 벽(壁)을 와르르 무너뜨린다.

그중 가장 괄괄하고 시원하게 속내를 전하는 루베이다 던포드(Dunford·캐나다·28)와 일본계 영국인으로 친숙한 미모를 지닌 에바 포피엘(Popiel·25)은 연예인 뺨치는 팬층을 거느린 스타. 대학 어학당에 다니던 ‘민간인’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일약 유명인이 됐다. 동양적이지만 이국적인 에바는 이미 숱한 연예기획사의 영입 ‘표적’이 됐고 루베이다는 ‘제2의 이다도시’로 통한다. 14일 밤 여의도 KBS 신관에서 만난 이들은 부산하지만 소탈하게 ‘한국인’으로 사는 행복감을 전했다.

▲KBS 2TV ‘미녀들의 수다’를 통해 대중 스타로 떠오른 캐나다인 루베이다 던포드(왼쪽)와 일본계 영국인 에바 포피엘. 이들은“한국 사람 마음속에는 뭔가 깊은 것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저는요, 9만명이에요. 아~, 미니홈피 하루 최대 방문객 숫자가요. 그런데 에바는 34만명 기록한 적도 있어요. 심지어 제 홈피에 오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에바하고 찍은 사진을 스크랩하는 데 열중하고 있어요. 이런~."

박장대소하며 '불만'을 털어놓는 루베이다. 씩 웃기만 하던 에바도 조용히 응수한다. "루는 방송하기 전부터 스타예요. 강남 일대 커피숍에 가면 '저 루하고 친해요'라는 종업원이 한 둘이 아니에요. 워낙 발이 넓으셔서."

루베이다와 에바는 각각 2003, 2005년 한국에 왔다. 루베이다는 "캐나다에서 영어 강사로 한국 학생을 가르치면서 한국인의 매력에 흠뻑 빠져 충동적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고 했다. 화장품 회사 로레알 직원이었던 에바는 휴직을 하고 중국 유학을 왔다가 3개월 코스로 한국 어학 연수를 온 뒤, 눌러 앉았다. 한국 남자와 깊은 사랑에 빠졌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점.

"한국에 온 직후, 한국 남자와 결혼 직전까지 갔었죠. 그런데 그 사람 어머니가 너무 심하게 반대했어요. 장남이라서 외국 여자는 안 된다는 거였는데, 힘들었지만 어머님 입장도 이해가 되더라고요."(루베이다). 에바는 "중국에서 한국 남자친구를 2년쯤 사귀었는데 그때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했다.

그들이 꼽는 한국 남자의 매력은 책임감. 에바는 "한국 남자들이 군대를 다녀오기 때문에 '터프'해지고 책임감도 생기는 것 아니냐?"고 했다. 두 사람은 꼭 한국 남자와 결혼해, 한국에서 살겠다는 생각이다. 루베이다는 "어머니가 벌써부터 한국 남자와 결혼해서 애기를 낳으면 정말 예쁠 것이라며 흥분하고 계신다"고 했다. 하지만 루베이다는 한국 남자가 불쌍한 순간을 묻자, "저한테 팔씨름에서 질 때"라며 울상을 지었다. 날씬해 보였던 팔뚝, 다시 보니 근육이 대단했다.

에바는 최근 탤런트 안재욱과의 스캔들로 인터넷 인기 검색어 1위를 점령했다. 에바는 "하네다 공항 앞에서 우연히 만나 길을 물어보기에 가르쳐줬던 것 뿐인데 그게 사람들 눈에 띈 모양"이라며 "안재욱씨가 워낙 스타라서 그런 것 같다. 음, (미남이 아닌) 김제동씨와 그런 일이 있었으면 누가 관심 가졌겠느냐?"고 웃었다. 루베이다는 "안재욱씨 인터넷에서 봤는데 너무 너무 잘 생겼다"며 "그런 남자라면 저도 스캔들 주인공 되고 싶다"고 했다.

최근 한 아파트 광고의 모델로도 '데뷔'한 에바. 다른 프로그램 섭외 요청도 쇄도한다. "기회가 있으면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한다. 루베이다는 '루반장'이라는 애칭이 더 익숙하다. 방송에서 다른 '미녀'들을 이끄는 리더십이 돋보이기 때문. "저 한국에 와서 반장 5차례나 했어요. 연세대 어학당에서 매년 제가 반장으로 뽑혔거든요."

두 사람은 "한국 사람들은 민족과 국가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있어 신기하고 부럽다"고 했다. 한국인의 단점을 묻자 한동안 주저하더니 "소주를 너무 마신다"며 깔깔 웃는다. "저도 좋아하는데 너무 먹으면 문제죠."(에바). 루베이다는 엉뚱하게 "때로 택시가 너무 느리게 간다"며 타박이다. "급할 때는 신호도 좀 위반하고 그래야 되는데…." '과도'하게 한국 문화의 '이면(裏面)'에 동화된 외국인, 바로 여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