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국립대 고고학 교수를 포함한 고고학자 2명이 발굴비 8억6000여 만원을 편취,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지난 1일 밤 구속됐다. 고고학자가 발굴 비리로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학계는 비상이다. 이 같은 비리가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는 징후가 많기 때문이다. 발굴비 총액이 2006년 한 해에만 총 2150억원에 이르는 등, 발굴이 더 이상 ‘학술’이 아니라 ‘기업형’으로 바뀌면서 벌어진 일이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1일, 지방 국립대 교수 A씨와 모 문화재연구원 학예연구실장 B씨를 사기와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 2004년 이후 발굴에서 제자와 인부 등의 인건비와 숙박비 등을 과다 책정하는 방식으로 A씨가 3억8000만원, B씨가 4억8000만원을 횡령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지방 국립대 C교수 역시 발굴비를 빼돌려 아파트를 구입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C씨는 아파트를 타인 명의로 구입한 뒤 여러 차례 명의를 바꾸는 ‘세탁’ 과정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모 지방 국립대 박물관 학예연구사 D씨도 수십억원 되는 발굴비를 개인 명의 통장에서 처리하다가 문제가 되자 최근 사표를 냈다. 그 역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당국의 수사를 받지는 않았지만 대학에서 자체 징계를 받은 교수들도 적지 않다. 지난 해 국무조정실은 몇 개 국립대학 고고학과 발굴 결과를 샘플 조사했고, 발굴에 참여한 대부분 대학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국무조정실은 그 중 심한 경우인 위의 A~D씨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대학에서 자체 징계하도록 했다. 교육부나 해당 대학은 “징계 결과 등을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1월 ‘정직 2개월’을 받은 교수도 있고, ‘정직 수개월과 벌금 수천만원 추징’을 받은 교수도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발굴 비리가 문제 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93년에도 한 국립대 교수가 ‘발굴 비리’를 폭로했다. 그러나 당시 발굴 비리는 남은 발굴비로 “고급 술집에서 ‘술자리’를 하는 정도”였다. 비리가 커지게 된 것은 연간 발굴비 총액이 급증하는데, 윤리의식이나 제도적 변화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1999년 한 해 동안 발굴 건수는 331건에 발굴계약비 총액은 370억원 정도였던 것이 2006년에는 1300건, 2150억원으로 급증했다〈그래픽〉. 신도시 개발 같은 대규모 토목사업이 빈번해지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어떤 발굴기관은 연간 발굴계약비 총액이 100억원을 넘어 웬만한 중소기업 수준에 이른다"며 "고고학자가 아니라 발굴사업자가 아닌가 생각될 때도 있다"고 했다.

발굴에 대한 감사가 허울뿐이라는 점도 문제다. 그 탓에 ▲발굴 인원수를 실제보다 부풀리기 ▲발굴 결과를 공개하는 '지도위원회' 때 친분이 있는 학자들끼리 참가비(지도위원비) 나눠 갖기 ▲접대비 남용 같은 비리가 횡행했다.

최병현 한국고고학회장(숭실대교수)은 "현재처럼 민간에 발굴을 맡기면 비리가 구조화될 수밖에 없다"며 "발굴 기관을 공공기관화하자"고 했다. 이건무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용인대교수)은 "고고학자들은 윤리의식을 높이고, 문화재청은 문제가 된 발굴기관에 대한 징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