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조사팀의 로드킬(road-kill) 조사는 2년6개월간 계속됐다. 조사 와중에 조사팀은 야생동물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생생한 현장기록을 남겼다. 박종화 교수와 최태영 연구원은 “가슴 시리면서도 뭉클한 사연들이 사람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미스터리 같은 죽음의 원인을 알지 못해 막막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너구리 부부의 슬픈 사랑

조사팀은 2005년 가을 무렵, 전북 남원 근처의 88고속도로에서 덩치 큰 수컷 너구리 한 마리를 포획했다. 너구리의 활동영역과 이동 습성 등을 알기 위해 목에 전파 발신기를 채운 뒤 다시 풀어주었다. 최 연구원은 “위치감지시스템(GPS)으로 너구리의 이동경로와 위치 등을 파악해 현장을 확인했더니 암컷 한 마리가 언제나 한 몸처럼 붙어다니다시피 다니는 장면이 목격됐다”고 말했다.

가을엔 아까시나무 덤불 아래에서 함께 낮잠을 자고, 겨울엔 야산 다랑논의 논두렁에 쌓인 돌무더기 속으로 들어가 겨울잠을 자는 모습이 관찰됐다. 겨울잠에 깊이 빠져들지 않고 때때로 굴 밖으로 나와 숲이나 밭 가장자리의 풀밭 등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최 연구원은 “너구리는 음흉한 이미지로 비치지만, 일부일처제로 부부애가 강한 동물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다 1년6개월여 흐른 지난해 3월. 조사팀은 여느 때처럼 발신기 신호음을 쫓아갔다가 냇가 둑 위에 엎어져 있는 수컷을 발견했다. 최 연구원은 “온몸의 털이 다 빠지고 피부가 문드러진 채 죽는 ‘피부모낭충’이란 전염병에 걸려 숨진 것”이라고 했다. 징후는 암컷에서도 관찰됐다. 병이 옮아 눈자위 부근의 털이 빠지기 시작한 모습이 사진에 포착됐다. 최 연구원은 “함께 겨울잠을 자면서 병든 수컷을 끝까지 지켰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사팀은 모낭충병에 걸린 다른 너구리처럼 이 암컷도 1~2개월 뒤 죽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스터리 같은 소쩍새의 죽음

서울대팀이 이번 로드킬 조사에서 가장 의아스럽게 생각했던 것은 바로 소쩍새(천연기념물) 102마리가 죽은 채 발견된 부분이었다. 법정보호종 동물 가운데 삵(103마리)에 이어 로드킬 발생이 두 번째로 높은 것이다.

첫 번째 의문점은 소쩍새 암컷의 로드킬 사망률이 수컷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소쩍새 사체를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소장 이항 서울대 교수)으로 보내 성별 등 유전자 분석을 의뢰했는데, “아직까지 정확한 수치가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암컷이 수컷의 두 배 이상이라는 잠정 의견을 통보 받았다”고 최태영 연구원은 전했다.

갈수록 우리 주변에서 보기 드물어진 소쩍새가 다른 일반 새들보다 로드킬 발생 건수가 많은 점도 의문으로 들었다. 이번 조사에서 모두 65종의 조류가 로드킬을 당했는데, 소쩍새가 이 중 4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았다. 산과 들에서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직박구리와 박새, 멧새 등은 이보다 훨씬 적은 5~25마리 수준이었다.

박종화 교수는 “소쩍새는 차량 통행이 적은 야간에 주로 활동하는 새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뜻밖의 결과”라며 “원인을 알 지 못해 현재로선 막막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조사팀은 이에 따라 “소쩍새는 이미 일본에선 멸종위기에 몰려 있으며 우리나라도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소쩍새의 생태를 파악하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