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text-align:center"><a href=http://www.libro.co.kr/Product/BookDetail.libro?goods_id=0100006947993 target=`_blank`><img src=http://health.chosun.com/wdata/photo/news/200510/20051024000007_01.gif width=110 border=0></a><

화성은 우주선으로도 꼬박 6개월을 가야 하는 먼 거리다. 그런데 20년 정도만 있으면 컴퓨터 버튼 하나로 순간 이동하듯 화성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때 화성으로 가는 것은 내 몸이 아니라 정신이다. 컴퓨터 파일을 다운로드 받듯 내 정신을 화성에 있는 탐사로봇으로 옮기는 것이다. 로봇과 혼연일체가 된 나는 카메라 눈으로 화성을 보고 로봇팔로 화성의 지표면의 감촉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미국의 발명가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특이점이 온다’에서 2030년 전후에 지능 면에서 기계와 인간 사이의 구별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는 그때를 ‘특이점(singularity)’이라고 부른다. 우주론에서는 블랙홀처럼 모든 물체가 무한대의 밀도로의 압축된 한 점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가속적으로 발전하던 과학이 폭발적 성장의 단계로 도약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문명을 낳는 시점’으로 쓰이고 있다.

인간의 지능을 갖춘 기계가 나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현대 문명은 인간의 지능에 의존하고 있다. 기계가 인간과 같아지면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게 된다. 사람의 정신을 기계에 옮길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정신을 기계로부터 다운받아 경험해볼 수도 있다. 화성에 있는 로봇에게 나를 전송할 수도 있다. 이때 인간은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기계에 플러그 인(plug in)한 상태로 현실과 컴퓨터 세상을 구분하지 않고 살 게 될지도 모른다.

커즈와일은 황당한 몽상가는 아니다. 그는 1976년에 종이자료를 컴퓨터 영상으로 변화시키고 이 영상을 다시 텍스트나 음성으로 만들어내는 ‘커즈와일 읽기 기계’를 발명했다. 시각장애인 가수 스티비 원더는 발명 소식을 듣고 곧장 커즈와일에게 연락을 했을 만큼 ‘점자 발명 이래 시각장애인을 위한 최고의 혁신’이란 찬사를 받았다. 또 그랜드 피아노의 음색을 완벽하게 모방하는 ‘커즈와일 신디사이저’를 개발했다. 국내 기업인 영창악기가 이 시스템을 사들여 지금은 ‘영창 커즈와일 신디사이저’로 불린다.

미래예측에서도 한 번 검증을 받은 상태다. 커즈와일은 1985년 저서에서 “1998년에 컴퓨터가 인간에게 이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1997년 러시아 출신 체스 세계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가 IBM 슈퍼컴퓨터 ‘딥블루’와의 체스 대결에서 1승3무2패로 패배했다. 그는 영창악기를 인수한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의 초청으로 최근 방한해 “내가 1990년대 중반 월드와이드웹으로 전세계가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했을 때도 주위에서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비난했지만 내 예측이 맞았다”면서 “개별 분야는 힘들더라도 큰 틀에서는 비교적 정확하게 전망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커즈와일은 자신의 예측에 대해 두 가지 근거를 제시한다. 우선 현재 2차원적으로 배열하고 있는 컴퓨터 트랜지스터를 새로운 소자를 이용해 3차원적으로 배열하면 2020년에 인간 두뇌와 동일한 수준으로 종합적인 정보처리 능력을 갖는 하드웨어가 등장할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반도체칩 제조사들은 트랜지스터를 겹겹이 쌓아서 집적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두번째는 소프트웨어다. 인간 뇌의 신경회로 하나하나는 컴퓨터에 비해 매우 느리다. 그러나 수많은 신경회로가 동시에, 즉 병렬적으로 작동한다. 커즈와일은 컴퓨터가 인간의 뇌와 같이 작동할 수 있다면 기존의 엄청난 계산속도와 맞물려 급격한 진화를 할 것이라고 본다. 이때는 체스보다 훨씬 복잡한 바둑에서도 기계가 인간을 이길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인간에게 새로운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한다. 유전공학과 나노기술, 로봇공학의 영문 앞 글자를 딴 GNR 혁명 덕분에 15년 뒤부터는 매년 수명이 1년씩 늘어난다는 것이다. 2040년쯤이면 아예 다 쓴 인체는 버리고 정신을 새로운 인체에 옮기는 일도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육체는 소진돼도 정신은 새로운 육체에서 영원하게 되는 것이다.

커즈와일에 대해 미래 정보 기술의 예언자라고 칭송하는 사람도 있고 기술발전이 가져온 해악에는 눈감는 기술제일주의자라고 비판도 있다. 그는 이 책의 끝에서 이런 비판에 대한 자신의 반박논리를 펼친다. 기술의 발전은 되돌릴 수 없는 일이므로 방어기술을 발달시켜 적절히 규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의 문제점도 기술로 해결하자는 말이다. 말하자면 그는 기술에 대한 ‘확신범’이다.

이 책은 2005년 9월 출간된 지 불과 3개월 만에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 가장 많이 블로깅된(블로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책’ 13위에 올랐다. 그의 생각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독자의 자유지만 이미 우리 생활로 다가온 신기술들을 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은 분명하다. 읽다가 지치면 그냥 베고 자도 될 만큼 두툼하니 편하게 대해도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