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 요리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꺼림칙한 조사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 하천에서 잡히는 붕어류 100마리 가운데 8마리는 암·수의 성(性)이 혼재하는, 자웅동체(雌雄同體)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성 변화는 환경호르몬(내분비계장애물질)의 영향 탓으로 추정돼, 이 붕어를 먹을 경우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3일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4대 강(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에서 붕어류 100마리를 잡아 생식세포를 검사한 결과, 이 중 8마리에서 암컷의 난소에 존재하는 세포가 수컷의 생식기에서 발견되고, 암컷 생식기에선 수컷의 생식세포가 관찰됐다. 이성(異性) 생식세포가 발견되는 비율은 2003년 4.8%, 2004년 5.3%, 2005년 4.8% 수준이었으나 이번 조사에선 8%로 껑충 뛰었다. 환경과학원 이철우 박사는 “현재로선 생물체의 내분비계에 장애를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의 영향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1972년 일본에서 들여온 외래종(떡붕어)에서 월등히 높은 비율로 관찰됐다. 토종 붕어(참붕어)는 40마리 중 1마리(2.5%)였지만, 떡붕어는 60마리 중 7마리(12%)가 자웅동체였다.

금강 대청댐과 낙동강 어귀의 둑에선 각각 20마리 중 3마리(15%)였고, 영산강 담양댐에선 20마리 중 1마리(5%)였다. 반면 청정수역인 충주호에서 잡은 떡붕어는 70마리 가운데 2마리(3%)로 낮은 비율을 보였다. 이철우 박사는 “(이 붕어를 먹을 경우) 인체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호르몬은 사람이나 동물의 호르몬 움직임을 교란시켜 생식계통 등에 악영향을 끼치는 물질로, 소각장 연기 속의 다이옥신을 비롯해 플라스틱류, 주방용 세제 같은 생활용품에 포함된 각종 화학물질을 통칭해서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