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사형이 형이 확정된 지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나흘만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후세인의 처형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지만 이라크 정국에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기가 올 때까지 집행일을 최대한 미룰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서두른 감이 있다.

교황청과 유럽연합(EU), 국제적 인권단체들도 후세인의 사형을 원칙적으로 반대하거나 재판의 공정성에 이의를 달고 있던 터였다.

무엇보다도 후세인 집권하에서 자행된 가장 잔악한 민간인 집단살해 사건 중 하나인 쿠르드족 학살 사건의 재판이 아직 완전히 끝난 상황이 아니다.

사전예고 없이 갑자기 발표된 사형확정에 이어 예상을 뒤엎은 교수형 집행까지 속전속결로 이뤄진 데엔 미국 정부의 ‘정치적 조급증’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중간 선거 패배 이후 미국 조지 부시 정부는 패배의 원인인 이라크 정책 수정에 전환점이 필요했고 후세인 사형이 그 신호탄이라는 것이다.

부시 정부는 ‘반인륜적 독재자’ 후세인을 민주적 사법절차를 거쳐 신속히 제거하면서 국내외의 비판에 직면해 흔들리는 자신의 입지를 되찾아 내년부터 새로운 카드를 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영향권에 있는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연내 사형을 줄기차게 주장해 온 것이나 이날 전격적 사형집행이 ‘올해가 가기 전’ 이라는 시한에 무리하게 끼워 맞춘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뻔히 예상되는 후세인 잔당의 격렬한 저항을 무릅쓰고서라도 정치적 위기에 처한 부시 정부로선 지금이 이라크전의 최대 ‘전리품’인 후세인을 가장 적절하게 이용해야 할 때였던 셈이다.

이라크 문제를 하루라도 빨리 해결해야 할 미국 정부는 반인륜적 독재자라는 이름표를 단 후세인을 처형함으로써 이후 이를 계기로 일어나는 저항세력의 공격을 진압하는 명분으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별건으로 다른 재판이 진행 중인 후세인의 사형을 서둘러 집행하는 무리수까지 동원해야 했는지, 그리고 ‘승자의 정치 이벤트’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재판에서 나온 사형을 강행했어야 했는지에 대한 비판은 지우기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의 공격으로 숨진 수만명의 무고한 이라크 민간인을 감안할 때 이라크전의 최종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부시 대통령은 민간인 살해혐의로 사형을 받은 후세인과 자신이 ‘오버랩’될 것이라는 사실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