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책

한국의 세기 뛰어넘기(권태준·나남출판)
해방전후사의 재인식1(박지향 외·책세상)
메타피지컬 클럽(루이스 메넌드·민음사)
경제학 콘서트(팀 하포드·웅진씽크빅)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정민·김영사)
사생활의 역사(필립 아리에스 외·새물결)
여자생활백서(안은영·해냄)
행복한 이기주의자(웨인 다이어·21세기북스)
달콤한 나의 도시(정이현·문학과지성사)
틈새(이혜경·창비)

올해 쏟아져 나온 수많은 단행본 가운데 과연 어떤 책들이 내년, 후년에도 독자들의 사랑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조선일보 책(Books)팀은‘올해의 책’을 선정, 그 스테디셀러 후보로 추천합니다. 간행물윤리위원회가 한 해 동안 내놓은 추천도서 목록과 한국출판인회의, 그리고 교보문고 등 오프라인·온라인 서점들이 발표한 베스트셀러들을 참조했습니다. 여기에 조선일보 책 섹션에 소개해 온 책들을 검토해 10권을 골랐습니다. 이제, 마음껏 즐기실 차례입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을 역임한 저자가 5년에 걸쳐 파고든 한국의 세기 뛰어넘기(권태준 지음·나남출판)는 우리 현대사를 ‘근원적’으로 탐구한다. 이승만의 나라 만들기는 독재 정치라기보다 국민에게 국가를 인식시키는 과정이었으며 박정희의 개발독재는 분단과 가난을 극복하기 위한 부국강병책이었다고 진단한다. 개발론·근대화론·종속이론 등 우리 사회를 규정한 다양한 이론들의 대결을 훑어보는 데도 유익하다.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전2권·박지향 외·책세상)은 1979년에 첫 권이 나온 ‘해방 전후사의 인식’(전 6권)의 역사관을 정면으로 문제삼았다. 실증주의와 탈(脫)민족주의의 관점에서 일제 잔재의 단절과 연속, 해방정국과 대미관계, 분단과 한국전쟁, 1950년대와 이승만 정부에 대한 재평가를 시도한다. 올 한 해 지식 사회의 역사논쟁을 이끌어낸 문제작이다.

2002년 퓰리처상 역사부문수상작인 메타피지컬 클럽(루이스 메넌드·민음사)은 프래그머티즘 혹은 실용주의로 불리는 ‘미국의 정신’이 그 선조들의 강렬한 삶으로부터 만들어지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린다. 이 책은 법학자 올리버 웬들 홈스,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 윌리엄 제임스, 논리학자이자 과학자인 찰스 샌더스 퍼스, 교육학자 존 듀이 등 4명에 대한 전기이자, 남북전쟁 이후 100년에 걸친 ‘현대 미국’ 탄생의 역사다.

경제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스’의 논설위원 출신이 쓴 경제학 콘서트(팀 하포드·웅진씽크빅)는 커피 한 잔의 가격부터 중고차 매매의 비밀까지 흥미로운 주제를 통해 독자들을 경제의 세계로 안내한다. 희소성·내부정보·효율성·시장의 힘·게임이론 등 중요한 경제학의 개념들을 우회적으로 다루면서 이런 것들이 우리 경제생활과 일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명한다.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정민·김영사)은 전(全)방위적 지식경영인인 다산 정약용의 공부법을 정리한 독특한 책이다. 단계별로 학습하라, 정보를 조직하라, 메모하고 따져보라, 토론하고 논쟁하라, 과정을 단축하라, 핵심가치를 잊지 말라 등등 우리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지식편집자로 꼽히는 다산이 어떻게 지식을 경영하고 정보를 조직했는지 보여준다.

사생활의 역사(전5권·필립 아리에스 외·새물결) 제2권과 제5권 번역본이 올해 발간됨으로써 2002년 이후 4년을 끌어온 완역이 이뤄졌다. 40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임에도 프랑스에서만 20만질이 팔리고, 전 세계 14개 언어로 번역된 거작이다. 풍속사와 예술사, 정치사, 일상사를 한데 모은 ‘아래로부터의 종합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절대 남자 보는 눈을 낮추지 말라, 나쁜 남자를 유혹하라, 작업 기간은 2주를 넘기지 말라, 먼저 전화하지 말라, 첫 섹스를 기억하라, 놀았다고 티내지 말라, 미모 지상주의를 욕하지 말라, 하루 한번 경제기사를 읽어라…. 여성지 기자가 활달하게 써내린 여자생활백서(안은영·해냄)엔 솔직담백하고 명랑발랄한 인생 계획표와 ‘생활의 기술’이 담겨 있다.

행복한 이기주의자(웨인 다이어·21세기북스)는 1976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돼 세계적으로 1500만부가 팔린 자기계발서의 ‘고전’.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에고이스트가 아닌 자신을 배려할 줄 알기에 타인을 배려하고, 스스로를 사랑하기에 타인도 사랑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 되는 10가지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다.

2005년 10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되는 동안 장안의 화제를 모았던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정이현·문학과지성사)는 직장생활 7년차를 맞는 31세 오은수를 주인공으로 도시에 거주하는 미혼 여성들의 일과 연애, 친구와 가족,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조밀하게 담아낸다. 문체·내용·형식 등 모든 면에서 ‘도발적이고 치밀하다’는 평을 들었다.

그늘진 삶의 구석구석을 애정 어린 시선과 정교한 필치로 형상화해 온 작가 이혜경은 단편 모음집 틈새(이혜경·창비)에서 이주노동자, 소도시 가전제품 기사, 여행 가이드, 대형마트의 보안요원 등을 통해 현대인들 삶의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틈새’를 따뜻하게 감싸안는다. 올해 동인문학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