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강태중 입학처장.

“논술은 기술이 아니라 일상에서 습득한 습관에 가깝습니다. 글쓰는 테크닉보다 생각을 제대로 표현해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중앙대는 인문계 지원자(서울 캠퍼스)를 대상으로 내년 1월 13일 정시 논술을 치른다. 이대학 강태중 입학처장(교육학과 교수)에게 중앙대 논술의 출제 방향에 대해 들었다.

중앙대 논술은 다른 대학에 비해 지문이 짧은 편인데

“학생들에게 해볼 만한 시험이라는 생각을 주고자 한 것이다. 문항수를 적게 하는 대신 제시문이나 논술 분량을 길게하면 성적이 운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커진다. 한 문제를 풀지 못했다고 시험 전체를 망치게 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중앙대 논술은 120분에 3~5개의 짧은 논술을 풀게 했는데 시험을 치른 학생들은‘부담이 없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시 논술에서는 약간 긴 제시문이 출제됐지만 정시에서는 다시 제시문이 짧아질 것이다. 아울러 수시와 달리 정시에는 수리 문제를 출제하지 않을 계획이다.”

제시문이 짧으면 독해 능력을 파악하기 어렵지 않나

“읽기 능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긴 제시문이 좋다. 그러나 중앙대에 지원한 학생 정도라면 기본적인 독해 능력은 지녔다고 본다. 출제 교수들은 학생들이 중심 문장을 찾거나 요약하는 능력은 갖췄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있다.”

수리 문제가 없다는 것은 숫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뜻인가

“수학적 문제 해결 능력이 직접적으로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간단한 표 정도는 나올 수 있지만 평소에 신문 경제면을 읽어 온 학생이라면 글로 된 제시문에 비해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짧은 논술을 출제해도 비슷한 답안이 많이 나오나

“예로 드는 논거가 특히 그렇다. 최근에는 피터 드러커, 출산율 저하, 이라크 사태, 9·11 테러 등이 자주 등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논제와 상관없이 자기가 알고 있는 배경지식을 전부 쏟아 넣으려는 듯한 학생들이 많다.”

학원서 배운 답을 걸러내기 위한 장치는

“사회의 통념과 다른 시각을 요구하는 방법을 쓴다. 예를 들어 역사 왜곡이 제시문에 나오면 학생들은 으레 우리나라 입장에서 중국이나 일본을 비난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여긴다. 그렇지만 대학 교수들이 사회구성원들이 일반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똑같은 주장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다른 나라의 입장에서 우리의 주장을 반박해보라는 문제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평소에 많이 본 듯한 제시문이 나올수록 긴장해야 하는 이유다. 익숙한 틀을 벗지 못한 듯한, ‘기성복’과 비슷한 논술은 최하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앙대가 논술을 통해 가려내고자 하는 학생은

“2007학년도까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통해 학생의 기본적인 학습 능력을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논술은 학생의 지식이 많은가 보다 풍부한 경험을 통한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지 측정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기본적인 정보를 통해 자신만의 대안과 주장을 구성해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글쓰기보다는 생각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수시 논술에서 제시문을‘정당하다’와‘부당하다’양쪽 관점에서 평가하라는 유형의 문제가 나왔다

“학생이 가진 주장 자체가 평가 요소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문제가 지나치게 열려 있으면 채점의 어려움이 있다. 어느 정도 논술의 틀을 한정해야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해진다. 논술도 어차피 좋은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입시의 구성 요소 아닌가. 점수화가 되지 않으면 곤란하다.”

논술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 있다면

“학생들은 체조 선수가 체조 기술을 익히듯이 논술을 준비하는 것 같다. 그러나 논술 능력은 특정 기술의 습득보다 일상 속에서 몸에 밴 생각과 독서 습관을 통해서만 기를 수 있다. 지방 학생들이 논술학원 때문에 서울로 대거 상경한다는 기사를 봤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보험을 드는 기분으로 그럴 수 있다고 보지만, 결코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