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석유·천연가스의 최대 30%가량이 매장된 사할린섬 일대의 에너지 개발 사업이 멈춰 섰다. 러시아 천연자원부가 지난 19일 석유 메이저기업 로열더치셸과 일본 미쓰이(三井)·미쓰비시(三菱)상사가 개발 중인 '사할린 2 프로젝트'의 환경사업 승인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환경사업은 여러 인·허가 사항 중 하나이나, 이로 인해 프로젝트 전체의 표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미국 엑손모빌 등이 150억 달러를 투자해 생산 단계에 접어든 사할린1 프로젝트, 아직은 개발 초기 단계인 사할린3 프로젝트 역시 비슷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경보가 나오고 있다.
천연자원부의 세르게이 표도로프 국장은 최근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회견에서 "기술적 여건이 미비하면 여러 사할린 프로젝트 사업 인가가 언제든 취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할린에 투자한 미국·영국·일본의 기업은 물론, 정부까지 러시아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가 "일·러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고, 유럽연합(EU)의 안드리스 피발그스 집행위원은 "사할린2 유전을 막으면 전 세계 석유·가스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정부가 국제사회의 예상되는 반발에도 이런 카드를 뽑아든 건 자신들이 개발에 직접 나서 국부 유출을 줄이겠다는 계산이다. 러시아는 1990년대 사회주의 붕괴 뒤 자금난을 겪을 당시 석유·천연가스 개발권을 외국기업에 주고 개발비용을 뺀 수익을 자신들과 나누도록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고유가로 오일달러가 넘치는 러시아는 국영에너지기업 가즈프롬을 통해 직접 개발에 나설 수 있다. 외국기업에 준 사업권을 돌려받기 위해 환경 문제를 구실로 삼고 있다는 관측이다.

러시아는 외국 에너지 기업에 대해 강경 일변도로 나오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신인도 하락 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자국에 유리한 국면으로 협상을 다시 한 뒤 외국기업들에 개발은 계속하도록 할 것이란 전망이다. 사할린에는 확인된 매장량만 석유 140억 배럴, 천연가스는 2조7000억㎥로 각각 우리나라가 18년과 135년간 쓸 수 있는 분량이다.

문제는 사할린 프로젝트 지연에 따라, 우리나라의 가스 공급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한국가스공사가 사할린-2 프로젝트에서 생산될 액화천연가스(LNG)를 2008년부터 연간 150만t씩 20년간 공급받을 예정이었다. 150만t은 2008년 국내 LNG 전체 소비량 2500만t 중 6%에 해당하는, 큰 물량이다.

(모스크바=권경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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