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골리앗'이 돼버린 거대 포털에 한 대학생이 만든 개인 포털이 돌멩이를 들었다.

감히 포털에 도전장을 내민 겁 없는 주인공은 표철민(21·연세대 신문방송학과 3년)씨. 그는 중3 때 도메인 등록 업체를 설립해 '한국 중학생 CEO 1호'로 기록된 인물이다. 그가 대학생이 된 이후 첫 번째 비즈니스를 지난달 오픈했다. 개인 맞춤형 포털 사이트 위자드닷컴(http://wzd.com).

서비스 개시 이후 이 개인 포털은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매일 100여명의 신규 회원 가입, 회원 두 명 중 한 명은 매일 방문, 40여만 건의 서버 액세스 횟수….

아직 거대 포털과 비교하면 보잘 것 없는 난쟁이에 가깝지만, 빠른 성장 가능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유수 대기업들이 제휴의사를 밝혀오고 있고, 그 가운데 엔씨소프트는 "장기적 협력 관계를 맺고 싶다"며 장비 무상 지원을 약속했다.

6년 만에 표씨를 새로운 사업으로 끌어낸 동력은 디지털키드 특유의 도전정신이다.

"한국은 특정 포털의 점유율이 70%를 넘었어요. 포털이 하면 다 되고 나머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지난 4월 표씨가 띄운 작은 뗏목에 친구 김현철(21·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3년)씨가 동승했다. 김씨는 중학교 3학년 때 시스템 관리 소프트웨어 '이지클린'을 개발해 6년 연속 인기 프로그램 수위를 차지한 영재. 여기에 막강한 'IT 새내기'들이 추가로 합류했다. 한국정보올림피아드 수상자, 연세대 정보특기자회 회장, 전국 웹 디자인 경진대회 수상자. 연세대 창업센터는 직원 5명의 대학생벤처에 조그만 사무실과 컴퓨터 2대를 내줬다.

인터넷 비즈니스 세계의 어른들은 좀처럼 보지 못했던 거대 포털의 약점을 젊은 대학생들은 보았다. 포털의 폐쇄성, 이걸 공격포인트로 삼았다. "아무리 막강한 포털도 경쟁사의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들은 포털의 일방적 뉴스 공급에 대항해 '개인 맞춤형 뉴스 제공'을 위한 기술 개발에 나섰다. 사이트 이용자가 자기 입맛에 맞춰 초기화면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여러 포털을 한 화면에 다루는 기술이다. 기존 포털이 오프라인의 강자를 쓰러뜨렸던 개방성과 유연성을 역으로 이용한 것이다.

지난 6월 여름방학이 시작되자, 팀원들은 본격적으로 달라붙었다. 이 중 일부는 낮에는 인턴, 밤에는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밤을 새우며 위자드 웍스를 완성해 나갔다. 4개월 동안 팀원들끼리 술자리 한 번 갖지 못했다. 표씨는 "다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말 꺼내기가 미안해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말 '위자드닷컴'의 시험판(Closed Beta Service)이 탄생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시험판을 이용할 대상자를 모집하자 유명 포털 기획자 5명, IT 업계 '10대 블로거', IT 칼럼니스트 등이 금세 30명 정원을 채웠다. 베타서비스에 참여했던 한 포털 관계자는 "사용자의 욕구를 배려하는 등 보완해야 할 점이 많았지만 기술력 하나만큼은 인정할 만했다"고 말했다.

8월 14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 사이트는 30대 직장인들의 입소문을 타고 단숨에 1500명의 회원을 끌어 모았다. 서비스 시작 이후, 급증하는 수요에 맞춰 5명을 더 채용해 전체 직원은 10명이 됐다. 운영지원팀 강윤미(여·19·이화여대 교육공학과 2년)씨는 "몸은 힘들지만 대학 생활의 추억이라 생각하고 도전하고 있다"며 "인적 네트워크를 넓히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들의 꿈은 어디를 보고 있을까. 표 대표는 "각 부문별로 3~4명 규모의 팀들이 무한히 모여 자유롭게 연구하고 의사를 교환하는 '위자드 웍스 연구소'로 회사를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수평으로 무한히 자기복제하는 개방형 네트워크 조직, 디지털세대의 CEO는 꿈의 내용도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