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시 여천동에 위치한 아시아대의 입구 모습. 공사가 중단된 상태로 1년 이상 방치돼 있다.

11일 경상북도 경산시 여천동. 인가(人家)도 없는 산 속을 한참 걸어서야 '아시아대학교'라는 간판이 보였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간판 위로는 학교 건물이 아닌 시멘트덩이로 된 흉가(凶家)다. 철근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있다. 이 건물은 작년 하반기에 공사가 중단된 채 지금까지 방치돼 있다.

포장도 채 안 된 길을 더 가보니 건물 하나와 농구대 축구대만 덜렁 있는 운동장이 나왔다. 이것이 4년제 대학교인 아시아대학교의 시설의 전부다.

지하 1층, 지상 5층의 건물은 썰렁했다. 학생이나 교수 얼굴 보기가 쉽지 않았다. 건물 안 강의실 수십 개 중 수업이 진행 중인 교실은 다섯 개가 안 됐다. 깨끗하게 비워진 강의실도 많았고 각종 실습실에는 장비를 찾기 힘들었다. 부서진 집기는 복도에 방치돼 있었다.

총학생회가 곳곳에 붙인 문구는 과격했다. 학생들은 '전(全) 교수'를 수신자로 한 문서에서 "2학기 개학 이후 행정 업무가 전혀 진행되지 않음을 확인했다"며 "학사 행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전산용품은 압류하고 수업이 안 되는 교수님들의 연구실은 폐쇄하겠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2006학년도 신입생 모집 정원은 20개 학과에 640명이었지만 등록한 학생은 160명에 불과했다. 2003년 개교 때도 신입생이 많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설립자와 전(前) 총장이 교수 임용과정에서 돈을 받고 공사비를 허위로 부풀린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면서 학교는 엉망이 됐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 학교에 대해 2007학년도부터 학생모집을 정지하고 횡령하거나 부당집행한 금액 116억원 등을 물어내지 않으면 학교를 폐쇄하겠다고 계고했다.

총학생회 간부는 "2학기에 등록할 학생은 200~300명인 것 같다"며 "고개를 들고 다니기 힘들다며 다른 학교로 편입하거나 관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 교직원은 "월급 받은 지 1년은 넘은 것 같다"고 말했다.

본지가 임해규 한나라당 의원으로부터 12일 단독 입수한 '2006년 대학 신입생 등록 현황'에 따르면 전국 200개 4년제 대학 가운데 충원율(모집정원 대비 등록률)이 70%가 안 된 대학은 18개교로 10곳 중 1개꼴이었다. 모집정원의 50%도 못 채운 대학도 10개나 되었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 학생들을 충원하지 못해 정상적인 대학운영이 어려운 사립대에 대한 퇴출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