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지난 1월 7일부터 방영하고 있는 주말드라마 '서울 1945'는 역사적 평가가 끝나지 않은 실재 인물을 다루면서도, '픽션'이라는 이유로 과장되거나 왜곡한 부분이 적지 않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주변 인물은 권력욕에 사로잡힌 친일파로, 좌파 인물은 민족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고뇌형'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드라마 속 이승만 전 대통령의 수양딸로 묘사되는 문석경(소유진)은 자작 작위를 받은 일제 시대 귀족의 딸로, 광복 이후 사교클럽을 통해 미 군정과 이승만을 연결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정성희 작가는 "문석경은 시인 모윤숙씨의 행적을 모델로 만든 인물"이라며 "당시 이 박사가 모씨를 딸처럼 여겼다는 문헌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모씨의 부친(모학수)은 한의사이자 기독교 전도사였으며, 관북 지역에서 민족운동에 참여했다는 자료도 있다. 이에 대해 정 작가는 "당시 한민당에 일제 시대 귀족들이 많이 가입한 것과 모씨의 행적을 섞어 문석경을 만들었다"며 "드라마가 다큐멘터리도 아닌데, 지엽적인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일 귀족의 딸로 일제 시대 황군 위문공연을 다녔던 인물을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의 수양딸로 묘사한 것이 과연 '지엽적'인지는 의문이다.

여운형의 암살 배후로 나오는 박창주(박상면)는 김창룡 특무대장을 모델로 했다. 박창주는 실존 인물인 장택상 수도경찰청장의 직속 수하로, 드라마에선 박창주가 암살범에게 저격을 지시하는 장면도 방송됐다. 하지만 실존 인물 김창룡이 여운형의 암살에 관련됐다는 증거가 제시된 적은 없다. 제작진은 "극우파에 의해 여운형이 살해된 것으로 여러 문헌을 통해 확인되고 있으며, 박창주는 극우파를 대표하는 인물로 설정돼 있기 때문에 그렇게 그렸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박창주가 이승만 대통령과 함께 앉아 회의를 마친 직후 여운형의 암살을 지시하는 것으로 나와 사실상 '이승만에 의한 간접적인 여운형 암살'을 암시하고 있다.

게시판의 9500여건이 넘는 의견들은 시청자들이 느끼는 혼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일부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통해 당시의 현대사를 새롭게 보게 됐다"는 댓글을 남겨 드라마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자들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심지연 경남대 교수(정치학)는 "여운형 암살 사건은 아직까지 그 진상을 확실하게 입증할 수 없기 때문에 범인을 지목하는 묘사에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민웅 한양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와도 맞지 않는 시대착오적 역사관을 공영방송이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