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요덕 스토리'에 관객이 밀려들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입장권이 매진됐고 평일 예매율도 70%를 넘는다. 千辛萬苦천신만고 끝에 무대에 오른 지 10여일 만의 극장 앞 풍경이다. 처음엔 실향민을 비롯한 중·노년층이 좌석을 메웠으나 지금은 초·중·고생과 대학생, 직장인으로 폭이 넓어지고, 멀리 지방에서 일부러 올라오는 관객도 많다. 공연 내내 객석에선 한숨과 숨죽인 흐느낌이 흐르고, 홈페이지에는 '차라리 저것이 먼 나라 이야기였으면…' 한다는 괴로운 관람 후기들이 넘친다.

어린이에서부터 전직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관객이 다녀갔지만, 정작 이 뮤지컬을 꼭 한번 봐야만 할 사람들은 아직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대통령, 총리, 통일부장관, 국가인권위원장, 그리고 '민족'과 '통일'을 입에 달고 사는 일부 정치인과 시민운동가들이 그들이다. 총성과 매질, 비명 소리로 가득한 무대 속에서 북한 동포의 고통을 제 몸으로 느껴 봐야 할 사람들만 '요덕 스토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수용소 경험자들은 감자를 훔쳐먹은 아이의 손을 작두로 자르고, 살아남기 위해 아들이 아버지에게 채찍을 휘두르는 것 정도는 요덕의 地獄지옥 가까이에도 가지 못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거기 누가 있다면/ 이 비명 소리 듣고 있는지/ 거기 누가 있다면/제발 우릴 구해주세요….' 참혹한 장면마다 무대를 짓누르는 노래 '촛불 같은 생명'의 노랫말은 요덕 수용자들의 실제 울부짖음이다. 그러나 '민족'과 '통일'로 먹고사는 대한민국 집권세력들은 수용소 동포들의 울부짖음에 철저하게 귀를 막고 있다. 그래서 요덕 사람들은 이렇게 기도하는지 모른다. '신이시여 남조선에만 가지 마시고/ 공화국 요덕에도 오시옵소서'라고. 태풍이 덮치고 산불이 휩쓸어도 단체로 뮤지컬을 구경하던 남조선의 집권세력들, 국경일에도 골프채를 놓지 않던 남조선 지도자들에게 요덕 동포들의 모습은 보아서는 안 될 장면이고, 그들의 울부짖음은 들어서는 안 될 소리라는 것이다.

탈북자 출신 정성산 감독은 '요덕 스토리'를 무대에 올리기까지 친북 단체들의 갖은 협박과 권력의 회유에 시달렸다고 한다. 못난 권력, 못된 친북 단체들이 진 빚을 갚는 것도 결국은 국민의 몫이다. 공연이 끝날 때마다 감사 인사를 올리는 감독의 호주머니에 눈물 글썽한 눈으로 슬그머니 몇 만원을 찔러 주고 간다는 그 국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