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현 정권의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이 21일 행자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정부가 계속 '혁신 혁신' 하는데 국민들은 도대체 뭘 혁신했다는 것인지 느낄 수가 없다. 모두 입에 발린 소리 아니냐"고 말했다. 국회의원이 오랜만에 국민의 소리를 대변한 듯한 지적이다.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혁신하라"고 재촉한 다음부터 이 정부 구석구석마다 혁신 바람이 불었다. 각 부처는 '회의실'이란 간판들을 떼내고 거기에 '혁신학습방'이란 명패를 새로 해 달았다. 늘 하던 회의에도 어느 날 갑자기 '혁신포럼' '혁신세미나'란 새 이름이 붙었다. 대한민국 공무원들은 지금 '혁신동아리' 활동과 '혁신워크숍' 참여 횟수, 장·차관에 대한 보고 件數건수로 '혁신 점수'를 평가받는다.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의 중국, 김일성 시대의 북한에서 몰아치던 학습 바람을 떠올리게 만드는 풍경이다. 인터넷에 오른 所管소관업무 관련 기사나 글에 댓글을 단 횟수도 혁신 점수에 들어간다. 21세기에 들어서 6년이 지난 오늘 이런 걸 혁신 사례로 들먹이는 나라는 세계에서 대한민국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의 혁신 홍보 사이트에는 혁신사이버아카데미 운영계획, 불법포획한 대게 5만마리 埋立매립, 사무실 재배치, 불가사리 驅除구제 봉사활동 같은 것이 '기관별 혁신 우수사례'로 올라 있다. 대약진운동을 벌이던 50년 전 중국에서 철 생산량 통계를 높이겠다고 멀쩡한 솥단지와 농기구를 용광로에 던져넣던 그때 그곳의 狂氣광기와 뭐가 다른 게 있는지 모르겠다.

대통령은 작년 5월 '정부혁신 세계포럼'에서 "정부 혁신 목표는 효율적이고 투명하며 국민과 함께하는 정부"라고 했었다. 그런 혁신 노선의 연장선상에서 이 정권은 출범 3년 만에 공무원을 2만7000여명이나 늘려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1조2000여억원의 세금을 이들의 월급으로 지불하게 했다는 뜻인 모양이다. 이런 '거꾸로 가는 혁신' 덕분에 지난해 세계은행이 평가한 정부의 경쟁력은 2002년보다 10단계 미끄러진 60위로 내려앉았다. 한국이 작년 국제透明性투명성기구의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서 40위에 그친 것도 당연한 일이다. 공무원을 이렇게 늘려 정부가 투명해졌다는 역사는 세계에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