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립대학 가운데 학생 1인당 교육비를 가장 많이 투자하는 대학은 포항공대라는 사학진흥재단의 보고서가 나왔다. 포항공대는 학생에게 받는 등록금의 12.6배인 연간 5470만원을 교육을 위해 지출했다. 포항공대는 이뿐 아니라 교수 1인당 연구비, 교수 1인당 학생수 등 여러 지표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이 보고서가 시사하는 것은 명료하다. '돈'이 대학의 경쟁력을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포항공대와 함께 20위권에 오른 대학들은 연세대(1600만원), 가톨릭대(1310만원), 한국산업기술대(1287만원), 성균관대(1283만원) 등이다. 반면 꼴찌를 한 지방대학은 받은 등록금의 70%에 불과한 370만원만을 학생 교육에 썼다.

세계 무대에 나가면 이 냉엄한 논리는 더 분명하다. 미국 MIT의 1인당 교육비는 20만달러(약 2억원)로 포항공대의 4배 수준이고, 스탠퍼드대는 17만5000달러로 연세대의 10배가 넘는다. '생산성을 생산한다'는 대학교육의 질에서 미국이 세계를 압도하고 있는 이유를 알만한 것이다. 한국 대학의 IMD(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 경쟁력 순위가 60개국 중 54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래의 국가 경쟁력은 지식을 창출하고 인재를 공급하는 대학의 경쟁력에 달려 있다. 우리 대학은 90년대 대학설립 자유화 조치 이후 양적으로만 급팽창했을 뿐 質질이 받쳐주지 못했다. 공급과잉이 질 저하를 부르고, 질 저하는 다시 기부금 축소 등 재정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대학에 대한 정부 투자까지 GDP의 0.3%로 OECD 평균(1%)에 크게 못 미치는 형편이다.

한국의 대학이 살 길은 대학측의 구조개혁과 자기혁신, 그리고 정부의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른 지원 정책밖에 없다. 국립대 법인화, 통폐합, 특성화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정부는 대학개혁을 리드하는 先導선도 대학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이들만이라도 하루빨리 세계 수준의 대학으로 올려놓지 않으면 안된다. 한국 대학의 돌파구는 同伴的동반적 下向하향평준화가 아니라 불균형 성장 정책으로 세계 수준의 대학을 먼저 육성해 後發후발 대학들의 분발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