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의 제조공장을 넘어 세계의 연구개발(R&D) 기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우선 외국기업들이 설립한 중국 내 R&D센터가 750개에 이른다. 2002년 252개에서 4년 만에 3배로 늘어난 것이다.

연구소 숫자보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연구개발의 質질이다. 세계적인 가정용품 제조업체 프록터 앤드 갬블은 1988년 24명의 연구원으로 중국에 R&D센터를 설립해 중국인의 세탁과 양치질 습관을 연구했다. 중국인에게 맞는 洗劑세제와 치약 등을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중국 내 R&D센터가 5곳으로 늘었고 300여 명의 연구원이 아시아·東歐동구·南美남미 등 세계시장에 내놓을 신제품을 연구하고 있다.

베이징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연구소는 현재 200명 수준인 연구개발인력을 올해 8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최고의 중국 人材인재들이 몰려드는 덕분에 베이징연구소의 생산성이 미국 본사와 영국 케임브리지의 MS연구소보다 높다는 것이다.

중국이 세계의 R&D 거점으로 떠오를 수 있는 힘은 값싸고 풍부한 고급 인력에서 나온다. 중국은 매년 이공계 대학 졸업생을 100만명, 석·박사를 19만명씩 배출하고 있다. 해외유학에서 돌아오는 인재도 해마다 1만명이 넘는다. 미국에서 연구원 1명을 고용할 돈으로 중국에선 8~9명을 쓸 수 있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가 지난해 다국적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R&D센터 開設개설 후보지에서 중국이 1위에 오른 게 당연하다.

한국은 차마 거론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지난해 209개 외국기업 연구소를 조사했더니 60%가 연구원 20명 이내의 '구멍가게' 수준이었고 30%는 특허 등 知的지적재산권을 한 건도 갖고 있지 않았다. 이름만 연구소일 뿐 실제로는 고객지원센터 역할밖에 못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한국기업과 중국기업만을 놓고 보면 아직은 한국기업이 연구개발 능력과 기술수준에서 앞선다. 그러나 중국이 세계의 연구개발 네트워크와 資源자원을 토대로, 국내 연구개발 자원만 파먹고 있는 폐쇄적 연구 풍토의 한국을 치받고 올라서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