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캠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이 27일 워싱턴에서 열린 '참여정부 3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에서 韓美한미관계를 "왕과 왕비가 결혼생활에 싫증나 실제로는 딴살림을 하면서도 왕궁 발코니에 나와선 군중들에게 아주 잘 지내는 것처럼 손을 흔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비유했다. 클린턴 행정부 때 국방부 부차관보를 지낸 그는 "양국은 그러나 이혼이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공개이혼에 따른 엄청난 파장을 감당하길 원치 않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3년 동안 미국을 향해 '딴살림'을 차릴 수도 있을 것처럼 말하다가도 결국엔 미국의 손을 잡고 발코니에 나가, 이라크 파병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수용을 발표했다. 미국과 '공개 이혼'할 경우 나라가 입을 손해를 감당하기는 어려움을 뒤늦게 自覺자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가 남은 2년의 임기 동안 해야 할 과제는 워싱턴의 내로라하는 한국통이 '실제로는 딴살림을 하는' 것으로 표현해온 한미동맹의 실제 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다.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라는 말이 아니다. 한미동맹 안에 달라진 兩國양국 관계를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되 동맹의 本質的본질적 요소를 훼손하지 않을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한미관계의 현실에 대한 솔직한 자가 진단을 내리고 그 결과를 행동에 옮겨야 한다.

정부는 무엇보다 미국과의 동맹이 21세기에도 왜 필요한지를 국민들에게 당당히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당당해야 할 이 대목에서 늘 어물어물하고 꼬리를 내리기 때문에 정부 안에 '자주파' '동맹파'라는 舊時代的구시대적 파벌이 형성돼 있다는 말이 나도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앞으로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힌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대해 일부 측근들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도 한미관계의 본질에 대한 정부 내 共通공통 견해가 형성돼 있지 않아서 빚어진 일이다. 한미 관계를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현 정권이 명심해야 할 일은 입으로만 기분을 풀고 실제로는 國益국익에 손해만 끼치는 경솔한 언동부터 자제하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