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2조원을 동원해 KT&G 주식을 株當주당 6만원에 사들이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KT&G에 대한 경영참여 의사를 밝히고 사외이사 후보 3명을 추천했다가 거부당하자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공격 수위를 높인 것이다. 외국자본이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노리고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겠다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칸이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더라도 KT&G의 경영권이 넘어가는 사태까지는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칸의 목적은 경영권이 아니라 株價주가를 끌어올려 시세차익을 얻는 데 있다는 해석이 많다. 아이칸은 일본에서도 주식 공개매수를 선언했다가 시세차익만 거두고 물러난 前歷전력이 있다.

아이칸의 행동은 일종의 '주가 조작'과 다를 바 없지만 합법적인 만큼 이를 막을 방도는 없다. 아이칸 같은 기업사냥꾼들의 적대적 M&A 시도는 기업 경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문제는 국내기업들이 이런 투기자본의 공격에 스스로를 방어할 수단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선진국들은 단 한 株주로도 M&A 같은 중대한 경영현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黃金株황금주' 제도 같은 경영권 방어대책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런 장치가 전혀 없다.

SK에 대한 소버린의 경영권 위협이나 이번 KT&G의 경우처럼 외국 투기자본이 작심하고 달려들 경우 국내기업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증권시장의 안정성도 흔들리고 투자자들도 피해를 입게 된다. 정부는 투기자본 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 있는 힘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기업 역시 전략적 제휴를 통한 상호지분 보유로 우호적인 주주들을 확보하고, 기업가치를 높여 주주들의 신뢰를 얻는 등 경영권 안정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