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새벽 토리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마지막날 경기에서 한국이 금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추가했다. 우리 선수단은 이로써 금6, 은3, 동2라는 참가 사상 최고 성적을 거두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黃金황금의 일요일'이었다.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겠다는 우리의 희망에 명분을 세워준 날이기도 했다.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이 된 쇼트트랙은 전통종목인 스키와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에 밀려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해왔다. 그랬던 것이 이번 토리노에서는 최고 인기종목의 하나로 떠올랐다. 겨울스포츠의 본산인 캐나다의 국영방송 CBC까지 쇼트트랙을 '동계올림픽의 꽃'이라고 치켜세웠을 만큼 외신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말할 것 없이 매 경기에서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연출한 한국 대표팀 덕분이다. 선수 구타와 선수촌 이탈 파문, 코치진의 파벌싸움 등 갖은 惡材악재를 젊은 선수들이 끈끈한 동료애와 투지로 딛고 일궈낸 성과여서 더욱 값지다.

한국이 쇼트트랙 금메달을 싹쓸이한 것은 洋弓양궁과 마찬가지로 체격이나 힘보다는 기술과 훈련강도가 더 중요한 이 분야의 특성에 힘입은 것이다. 이런 강점은 앞으로도 살려가야겠지만, 특정 종목에 너무 치우치는 偏食편식 경향은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 스키점프 같은 종목은 전체 등록선수가 8명밖에 안돼 그중 몇 명을 국가대표로 선발한다는 것 자체가 쑥스러울 정도다.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나라의 위상에도 걸맞지 않다. 장명희 아시아빙상연맹 회장은 경기를 지켜보면서 "모굴 스키와 프리스타일 스키, 스키점프 같은 종목도 쇼트트랙처럼 한국인에 안성맞춤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시야를 넓혀 도전하면 못하란 법이 없다.

아울러 이번 '황금의 일요일'이 반짝 관심을 넘어 건강한 레저로서의 겨울 스포츠 전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