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식 駐美주미 대사는 7일 워싱턴에서 가진 연설에서 "북한의 달러 위조, 돈세탁 같은 불법활동은 용납될 수 없다. 한국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확고한 입장이고 이를 북한에 분명히 전달했다. 북한의 불법활동을 北核북핵 문제와 연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사가 '한국 정부 입장'이라며 밝힌 '북한의 불법행위를 북핵과 연계해 유야무야할 수 없다'는 내용은 미국 정부 입장과 일치한다.

한편에선 외환은행에 이어 신한은행, 수협도 미국 정부가 북한의 돈세탁 창구로 지목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과의 금융거래를 중단했다. 한국 금융기관들이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에 속속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회견에서 "미 정부가 북한에 압박을 가하고 붕괴를 바라는 듯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한·미 간에 마찰이 생길 것"이라고 한 것은 누가 봐도 미국의 對北대북 금융제재에 반대한다는 뜻이었다. 그로부터 보름도 안 된 시점에서 한국은 民官민관 합동으로 미국과 공동 보조의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형제나라인 중국마저 김정일 위원장의 訪中방중 기간 중 그의 비서실장을 체포하는 국제사회 흐름을 혼자 거스를 수 없었을 것이다. 금융기관들 역시 'BDA와 거래하면 미국과는 거래 못한다'는 미국 방침 앞에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는 현실이다.

대통령이 처음엔 미국과 다른 말을 했다가 시간이 흐르고 나면 미국이 하자는 대로 따라간 것은 이번 일만이 아니다. '주한미군의 한국 밖 展開전개' 문제인 전략적 유연성은 대통령이 작년 3월 강한 제동을 거는 듯하더니 지난달 한·미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 입장을 대부분 수용했다. 북한의 불법 물질 수송을 차단하기 위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도 미국의 강한 종용에 따라 부분 참여키로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전직 부시 행정부 관계자 입에서 "백악관은 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히 말한다는 것에 대해 이제 익숙해졌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한국 대통령이 뭐라 하든 미국이 정한 대로 밀고 나가면 한국은 나중에 뒤따라 오더라는 얘기다. 입으로만 기분 내다 韓한·美미관계는 속병 들고 정작 우리 입장을 반영하는 실속은 하나도 챙기지 못한 것이 이 정부 외교의 3년 결산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