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중장기 조세개혁안이 黨당·政정 협의에 앞서 외부에 알려진 책임을 물어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을 경고 처분하고 담당 국장은 보직 解任해임했다고 한다. 조세개혁안이 외부에 알려지자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큰 죄나 지은 양 여당을 찾아가 머리를 조아려 사과한 데 이은 추가 조처인 셈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오는 20일 열려던 공청회 일정 등 조세개혁 논의 자체를 중기 재정운영 계획이 나오는 5월 이후로 미루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5·31 지방선거까지는 세금 이야기를 꺼내지 말라는 嚴命엄명을 내린 것이다.

정부는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조세개혁보고서를 총리실 등 다른 기관에 내보낸 점을 문제 삼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확정되지도 않은 草案초안 수준이었다. 그걸 토대로 공청회를 열어 전문가와 국민 의견도 듣고 당과 정부가 調律조율도 하게 하는 기초자료일 뿐이다. 국민의 살림과 바로 연결되는 稅金세금 문제는 국민에게 더 빨리 알리고 더 많이 토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근대 민주정치란 군주의 任意的임의적 조세권과 인신 구속권에 대한 저항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만큼 세금 문제는 민주주의와 직결된 주제다.

그런데도 정부가 강제로 공무원의 입을 막아 세금, 그것도 增稅증세 문제에 대한 국민의 접근을 봉쇄하는 것은 정권의 非民主性비민주성을 단적으로 드러낸 처사라고 할 만하다.

이 정권의 增稅증세 논의는 출발부터 잘못 시작한 이후 脫線탈선을 거듭해왔다. 노무현 대통령이 새해 초 느닷없이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연설로 나라를 들쑤셔 놓더니, 여론이 나쁘게 돌아가고 지방선거에 불리한 영향을 끼칠 것 같자 공무원의 입을 막아 국민의 머리에서 증세 논의를 지워버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정권이 국민의 호주머니를 뒤지는 일을 얼마나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여지없이 보여준 셈이다.

'고령화와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재원이 필요한데 현재 歲入세입으로는 어림없다. 우리 조세부담률은 선진국에 비해 낮으니 조금 올린다고 크게 문제될 게 없다.' 땀 흘리며 일하고 벌어서 세금을 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정권이라 이런 논리로 국민을 구슬리면 지갑을 열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