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자연대가 교수 승진심사 때마다 下位하위 20%씩을 탈락시키는 제도를 올 2학기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탈락자들은 이후 4~5년의 재임용 기회 동안 끝내 승진하지 못하면 교수직에서 완전히 퇴출된다. 만년 철밥통이 보장된 국립대가 이런 혁신적인 자기 쇄신 방안을 들고 나왔다는 사실이 놀랍다. 지난 3년간 전국 46개 국·공립대의 교수직 정년보장(tenure) 심사 통과율이 99%를 넘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최근 몇몇 사립대들이 교수 승진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고려대는 부교수 승진에 필요한 SCI 논문 수를 4편에서 7편으로 늘렸고 한양대는 논문 수뿐 아니라 '임팩트 팩터'(被피인용 지수)를 평가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경희대는 연구업적이 뛰어난 교수에게는 조기승진을 확대하고 급여도 차등지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서울대 자연대 계획은 이런 정도에 그치지 않고 승진 요건을 갖췄을지라도 상대평가를 통해 5분의 1을 무조건 탈락시킨다는 것이다. 몇 년의 구제기간을 둔다고는 하지만 이 제도가 가져올 충격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서울대 자연대의 결정이 돋보이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를 구성원들의 자발적 합의로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자연대는 작년에 해외 碩學석학들을 불러와 보름씩 묵게 하면서 따끔한 평가를 自請자청했는가 하면, 삼성경제연구소에 의뢰해 컨설팅까지 받았다. 당시 컨설턴트들은 승진에서 세 번 탈락하면 바로 퇴출시키는 '삼진아웃제'까지 권고했다고 하는데, 자연대 교수들은 이 아이디어까지 모두 탁자에 올려놓고 합숙토론을 벌여, 어쩌면 자기 목을 조를지도 모를 대담한 제도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대학의 주인은 총장도 학생도 동창회도 아니다. 대학의 두 기둥인 연구와 교육을 책임지고 끌고가는 사람은 교수다. 서울대 자연대의 선택은 이 당연하지만 묻혀 왔던 명제에 대한 깨달음의 결과다. 이 覺醒각성이 먼저 국립대학들을 긴 잠에서 깨우고 이어 이 같은 각성이 모든 대학으로 퍼져나갈 때 한국의 대학은 再生재생의 새 숨을 들이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