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10시 이종석 통일부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가 열린 국회의사당 401호에는 방송용 조명등 8개, 방송 카메라 20대가 설치됐고, 30명이 넘는 사진기자들이 터뜨리는 자동 플래시 소리가 30분 가까이 이어졌다. 10개 남짓한 장내 기자석을 확보 못한 취재진 200여 명은 1층 기자실에서 국회방송 생중계를 지켜봤다.

그러나 이렇게 요란하게 시작된 청문회는 여야 모두가 언론에서 한두 차례 걸러진 문제들을 再湯재탕하고 이 내정자도 失手실수만 말자는 식으로 문제를 비켜가기만 하는 부실 운영이었다.

국회 청문회가 이렇게 겉핥던 그 시간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은 작년 4월 18일 작성된 '전략적 유연성 현안에 대한 국정상황실 의견'이라는 문건을 또다시 공개했다. 이종석 당시 NSC 사무차장이 전략적 유연성 韓美한미 협의내용을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정동영 NSC 의장 주재의 청문회의가 '문제없음'으로 결론내자 국정상황실이 다시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이었다.

프레시안은 이에 앞서 지난 3일에도 "NSC가 2004년 3월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알고 난 후에도 2005년 3월까지 1년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국정상황실 문건을 공개했었다. 이와 관련, 청와대와 이 내정자가 "2004년 3월에 보고했다"고 해명한 데 대해 문서 폭로자들은 반박성 추가 문건을 내놓은 것이다. 얼마 전엔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이 NSC 문건을 연일 터뜨리더니, 이번엔 인터넷 신문을 통해 국정상황실 문건 시리즈가 쏟아지고 있다.

한마디로 그동안 대한민국 외교 안보정책의 司令塔사령탑으로 군림하다시피 해온 NSC의 운영이 얼마나 난맥 상태에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사태다. 정책의 결정과정에선 내부 異見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상조직이라면 그 이견은 상호 토론 과정을 통해 해소되거나 少數소수의견으로 정리 보고해 결정권자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연쇄적 청와대 내부 문서 폭로전은 NSC가 내부의 의사소통, 결론의 導出도출과정 등 모든 면에서 심각한 病的병적 증상을 보여 왔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국가 核心핵심 中樞중추 기관 안에서 노선을 달리하는 파벌들이 공공연히 암투를 벌이고 폭로전술을 통해 결론을 뒤엎어 버리려는 私組織사조직만도 못한 풍토가 횡행하고 있었던 셈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NSC의 최고 책임자로 있으면서 국가 조직을 이처럼 망가뜨려 버린 이종석 장관 내정자의 책임을 규명하고 또 이 내정자에게 문서 폭로전으로 맞서는 반대세력을 밝히는 쪽으로 방향을 새로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