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일 열린우리당 원내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 정상화 합의를 이뤄낸 데 대해 "야당을 상대로 이런 일방적인 협상을 벌인 적이 없는 것 같다. 한나라당이 완패한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 말이 논란을 빚자 청와대 대변인은 2일 "대통령 입에서 완패란 말은 안나왔다"고 부인했다.

지난해 12월 9일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강행 처리 때문에 꽉 막혔던 정국이 여야 원내대표의 회담으로 풀린 게 불과 며칠 전이다. 여야 원내대표가 '한나라당의 사학법 재개정안을 국회 교육위와 당 정조위에서 논의한다'는 어정쩡한 문구에나마 합의함으로써 국회 정상화가 이뤄진 것이다. 야당 안에선 이 협상 문구 때문에 자기 당 원내대표에 대한 논란이 시끄러울 정도다. 그런데 이제 대통령이 나서서 그 집안에 기름을 끼얹은 셈이다.

청와대는 한 달 넘게 문을 닫고 있던 국회 문을 다시 여는 데 아무런 기여를 한 게 없다. 과거에는 여야가 맞서 국회가 마비되면 國政국정 전체를 생각한 청와대가 뒤로 나서 야당에 代案대안을 제시하며 야당에 노선 변화의 명분을 제공하려 바쁘게 움직였던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여야가 사학법으로 등을 돌리자 청와대는 야당의 장외투쟁을 '당리당략적 정치파업'이라고 비난하면서 싸움을 오히려 키워왔다.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신년회견에서 "내 주장과 이익만을 관철하려 할 게 아니라 상대방을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를 이뤄내는 相生상생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그런 대통령 입에서 야당이 장외투쟁을 접고 국회에 들어온 것은 야당이 完敗완패한 것이란 해설이 흘러나온 것이다. 국민들로선 신년회견의 말이 대통령의 本心본심인지, 국회 정상화 쪽으로 전환한 야당을 조롱한 말이 대통령의 진심인지 헷갈리기만 한다. 어느 쪽이든 정치의 僞善위선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낸 장면도 드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