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발표된 검찰 인사에서 '公安공안' 분야를 담당해왔던 검사는 단 한명도 검사장으로 승진하지 못했다. 앞으로 검찰에서 살아남으려면 공안 문제에 가까이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정부가 공식 선언한 셈이다. 어떤 검사도 공안 문제를 자진해서 맡으려 하지 않고, 半반강제로 그 일이 떠맡겨져도 징역살이하듯 그 기간만을 때우려 하는 게 검찰의 풍토가 돼버린 것이 벌써 오래 전의 일이다. 대통령이 2004년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에 보내야 한다"고 말한 직후 대검찰청 공안부의 조직이 축소됐고 서울중앙지검과 울산지검을 뺀 전국 15개 검찰청의 공안과는 공안계로 降等강등됐다. 천정배 법무장관은 작년 11월에 다시 "공안부문에 대한 인력감축과 업무영역 조정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정권이 이렇게 嫌惡혐오하는 '공안'이란 단어는 '公共공공의 安寧안녕'을 줄인 말이다. 더 쉽게 말하면 국가 보안법이 규정한 내용에 따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는 것이다. 이번에 검사장에서 탈락된 황교안 서울지검 2차장, 승진에서 두 해 잇따라 탈락한 다음 2005년 초 사표를 낸 박만 전 성남지청장이 강정구 동국대 교수와 북한을 왕래했던 송두율씨를 구속하려 했던 것은 그들이 '대한민국의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를 훼손하려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정권은 이런 검사들에게 사실상 옷 벗고 나가라는 메시지를 계속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이 정권이 2002년 대선 때 '兵風병풍사건' 편파 수사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검사는 이번에 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서독은 통일 전 동독과의 교류를 활성화하면서도 연방검찰청 2부와 3부를 중심으로 동독에 의한 내부 교란 활동에 대해 경계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그런데도 통일 후 공개된 '슈타지'(동독의 정보기관) 보고서에 따르면 서독 내에서 암약했던 슈타지의 비공식 정보원이 2만~5만 명으로 추산될 정도였다.

우리나라에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검거된 사람은 1998년 688명에서 작년 33명으로 줄었다. 간첩 검거 뉴스는 아예 종적을 감췄다. 이 정권처럼 이렇게 대한민국을 사상적으로 완전히 무장해제시키고서도 대한민국은 안전할 수 있을까. 만일 이러고도 훗날 기적적으로 대한민국 主導주도의 통일이 이뤄져, 그때 북한 정보기관의 내부 문서를 들춰보게 된다면 남쪽의 협력자 명단이 얼마나 많이, 얼마나 길게 기록되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