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이 駐韓美軍주한미군의 한국 밖 전개 문제인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외교 비밀문건을 연일 폭로하고 있다. 최 의원은 2일 2003년 외교부가 미국과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협의했다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문건을 공개했다. 최 의원은 전날인 1일엔 작년 12월 19일 NSC 상임위원회가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토의한 회의록을 공개했었다. 한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부분 참여하기로 결정한 사실이 알려진 것 역시 정부 발표가 아니라 최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서였다.

최 의원은 2004년 한나라당 의원들이 외교 문서를 국회에서 공개했을 때 이들 의원의 '국가기밀 누설'을 문제 삼아 국회 윤리위에 제소했었다. 그랬던 최 의원이 자신의 외교문서 공개에 대해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여당의원이 NSC 문건을 이렇게 시리즈로 폭로하고 있다면 NSC 내부 인사가 의도적으로 문건을 넘겨주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인 데 불만을 품은 NSC 내부인사가 언론플레이를 통해 그 결정을 뒤집어 보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통령은 작년 3월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분쟁에 휘말릴 수 없다"며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었다. 그 당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는 것이 곧바로 한국이 동북아 분쟁에 휘말리는 사태로 직결되는가와 그것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에 한국이 치러야 할 안보적 코스트 그리고 이런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언급하는 것이 과연 외교전술적으로 현명한 조치인가에 대해 여러 논란이 있었다.

그랬던 대통령이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것은 전 세계 주둔 미군 운용 전략인 전략적 유연성이 한국이 반대한다고 해서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끝내 우리가 이를 거부할 경우 주한미군 철수 문제로까지 번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이해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에 할 말은 하겠다는 걸 외교적 상표로 늘 들먹여 왔던 대통령으로선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리라 짐작된다. 그런데 대통령의 외교 참모라 할 NSC가 그 결정을 뒤집어 보겠다고 비밀 문건을 흘리고 여당의원은 이걸 건네받아 폭로전을 이어간다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정권인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