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호응만을 척도 삼을 경우, 5인조 밴드 버즈(Buzz)는 2005년 가요계를 이끈 '삼각편대'에 낄 만하다. SG워너비, 김종국에 이어.

상반기 '겁쟁이', '가시' 등의 발라드곡을 히트시키며 26만장 앨범 판매고를 올렸지만 연말 큰 상은 '남의 떡'. 분명, '넘버 1' 자리는 신인티를 채 벗지 못한 2005년의 버즈에겐 무리였다. 그러나 광고음악인 디지털 싱글 '사랑은 가슴이 시키다'로 신년벽두부터 각종 가요 순위 정상을 휩쓸고 있는 2006년의 버즈는 옹골찬 근육이 덧붙었다. 2월 나올 3집 앨범으로 더 높은 '비상(飛翔)'을 꿈꾸고 있다.

‘사랑은 가슴이 시키다’로 신년 가요계를 강타하고 있는 밴드 ‘버즈’. 왼쪽부터 손성희(기타), 민경훈(보컬), 김예준(드럼), 신준기(베이스), 윤우현(기타).이진한기자 magnum91@chosun.com

"우리 록밴드 아닌데요." 4일 저녁, 서울 마포의 연습실에서 만난 이들은 엉뚱했다. "'꽃미남 록밴드'로 불리는 게 싫다"는 외침이 불쑥 튀어나왔다. 리더 김예준(25·드럼)은 "흑인음악이 대세라 한국적 발라드가 거의 안 나오고 있어 틈새 공략이 성공한 것"이라며 " '밴드=록'이라는 일반의 인식은 잘못됐으며 우리는 '팝 밴드'일 뿐"이라 했다. 냉정하게 말하면 버즈가 치르고 있는 유명세는 8할이 곱상한 외모의 보컬 민경훈(22) 몫. 버즈를 민경훈의 예명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길에서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는다"는 4명 멤버는 "섭섭할 때도 있다"고 털어놓는다.

"방송에 한번 나가려면 아침 7시부터 모여서 분장하고 리허설하면서 하루가 다 가는데, 막상 TV를 보면 기타 연주하는 손만 나와요. '내가 도대체 뭘 한 건가' 싶죠. 인형 취급당하는 것 같구요."(윤우현·25·기타)

대부분의 스타 남자 가수들이 '워우워우어~'하는 추임새를 집어넣는 '소몰이 창법'에 전념할 때, 민경훈의 목소리는 '삐딱선'을 탄다. 추임새 없이 단정하다. 그러나 때로 강단 있게 몰아치는 모양새가 자유롭다.

"저는 해도 안 돼서 그런지, '워우워우, 예예예'하며 노래하는 걸 진짜 싫어해요. R&B 가수 들 중에 몇몇 쓸데없이 잔기교 넣는 분들 봐도 답답하구요…."

민경훈은 "1집 때만 해도 가느다란 미성이었는데, 2년간 열심히 공연하다보니 점점 목소리가 굵어졌다"고 했다. "어떤 가수의 목소리를 좋아하냐?"고 묻자 "동방신기의 시아준수 목소리가 참 좋다"고 했다. "우리의 경쟁상대는 아무래도 동방신기인 것 같다"며 멤버들과 왁자하게 웃는다. 밴드로서 버즈의 음악적 정체성은 아직 미완성. 앨범의 절반 이상이 외부 작곡가의 노래다. 스스로의 욕구에 따라 자유롭게 곡을 만들어 앨범을 낼 수 있는 형편이 못 된다. 데뷔까지 녹록치는 않았다.

배경은 다양하다. 김예준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각각 플루트와 바이올린을 전공한 클래식 음악가 집안 출신으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연주에 전념할 수 있었다. 반대로 손성희(24·기타)은 " '딴따라'가 싫다"는 아버지한테 기타로 맞아가며 기타를 쳤다. 민경훈은 독특하게 프로 게이머의 길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중학생 시절, 장안동 일대에서 '스타크래프트'로 세 손가락 안에 들었다. 본인은 모르겠지만, 지금 스타 게이머가 된 '서지훈'도 이겨본 적 있다"고 했다. "고1 때, 옆반 친구에게 3판 연속 진 뒤, 꿈을 접었어요."

버즈는 7~8일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공연을 갖는다. "윤도현 밴드가 '한국 록 다시 부르기'를 했다면, 우리는 공연에서 '한국 댄스 다시 부르기'를 한다"는 그들이다. 문의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