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수·작곡가

SG워너비의 '광', 김종국의 '제자리 걸음', KCM의 'Smile again'….

"비슷비슷한 노래들 이젠 지겹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2005년 가요계를 '지배'한 것은 한 가지 패턴. 댄스음악보다 느리지만 발라드보다 빠르고, 리듬감과 가창력이 도드라지는 노래들이다. 작곡가·가수 등 '선수'들은 곡의 속도에 중점을 둬 '미디엄 템포'라 부르고, 대중들은 SG워너비 또는 김종국 스타일로 일컫는다. 이런 흐름의 중심에 작곡가 조영수(29)가 있다.

연세대 공대 재학 중이던 96년 MBC 대학가요제에 팀 '열두번째 테마'로 출전, 대상을 탔던 그가 본격 작곡가가 된 건 2003년부터.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100여곡을 작곡했고, 20여곡이 크고 작은 성공을 거뒀다. 올해 수입만 8억원이 넘는다.

그는 '미디엄 템포'의 성공에 대해 "요즘 사람들 생활이 바빠서 그런지 노래를 듣는 데도 기다리는 걸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랫동안 사랑받던 신승훈·조성모 등의 발라드는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2~3분 지난 '절정'에서 폭발하는 스타일인데, '미디엄 템포'는 전주만 끝나면 바로 강렬한 리듬이 나오며 몸을 흔들게 되죠. 멜로디는 슬픈 발라드에 가깝고, 가창 스타일은 R&B처럼 고급스러워서 '쉬운 음악'처럼 들리지도 않는 게 강점이에요."

하지만 그는 '미디엄 템포'의 생명력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유는 간단하다. 올해 너무 많이 나왔기 때문.

"일종의 공식에 대입해, 유사한 노래를 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고 하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음악 작곡가는 그걸 좋아하는 90%를 위해 노래를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승철의 '열을 세어보아요', 이수영의 '이 죽일 놈의 사랑', 박상민의 '눈물점' 등도 그의 작품. "대중을 의식하지 않고, 순수하게 내 느낌에 빠져 쓴 곡들도 사랑을 받아 흐뭇해요." 아직도 지하철 안 누군가의 휴대전화에서 자신이 작곡한 노래가 흘러나오면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는 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