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봉

10.26을 다시 다뤄 주목받았던 MBC의 ‘이제는 말할 수 있다-10.26 궁정동 사람들’은 29일 방송에서 “10.26은 김재규의 계획 범행이었다”는 점에 촛점을 맞췄다. 사건 현장에 있던 김계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 옆 건물에 있던 정승화 전 육군 참모총장, 당시 합동수사본부의 수사 결과 등은 “ ‘욱’하는 성격이 있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평소에 감정이 좋지 않던 차지철 전 대통령 경호실장과 싸우다가 벌인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했으나, 김재규는 법정 최후 진술 등을 통해 “거사는 계획한 것이며 나는 혁명을 했다”고 주장했다.

방송은 계획적인 범행의 증거로 가수 심수봉씨의 증언,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평소 언행 등을 들었다.

MBC는 방송이 되기 전 예고를 통해 심수봉씨가 새로 밝히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전화 인터뷰로 방송에 출연한 심씨가 말한 10.26 당시의 상황은 김재규의 계획 범행 쪽에 가까웠다.

심씨는 29일 방송에서 합수부 수사에서 진술한 내용을 번복하는 다른 정황을 소개했다. 심씨의 합수부 진술에는 “김재규가 차지철과 상호 언성을 높이고”라는 부분이 있다. 심씨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있는 방으로 노래를 부르러 들어가기 전 둘이 싸우는 내용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MBC는 방송 해설을 통해 “심씨는 합수부 진술이 강요를 받아 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심씨가 29일 방송에서 신재순(10.26당시 대학생)씨와 박 대통령의 연회가 시작되고 나서 대기실에서 40분 동안 기다리던 때에 대해 말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굉장히 분위기가 좋았어요. 조그맣게지만 TV도 틀어놓고, 그 때 그게 AFKN 이었을 거에요. 기다리는 동안에 무슨 소리가 크게 났다면 저희들한테 들리고 경호원들이 긴장을 안 하겠어요, 그런데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거든요.”

심씨와 신씨가 박정희 대통령이 있는 방에 들어갔을 때에 대한 인터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연회장에 들어갔을 때) 분위기는 좋았어요. 왜냐하면 제가 봤을 때 대통령도 몇 번 뵈었고, 저를 아주 반겨 했구요. 차지철씨도 심수봉씨 노래 잘 듣고 있다는 둥 이렇게 약간 농담도 하면서 분위기가 그랬으니까. 노래 좀 듣자고 TV를 끄고 나서, 그러고 나서 제가 먼저 노래를 한 거죠.”

심씨가 김재규 전 중정 부장을 보고 느낀 것에 대한 인터뷰 내용이다.

“초면이 아니기 때문에 반가워서 눈인사를 들어가면서 하잖아요. 근데 인사를 받지를 않고 모르는 사람처럼 아주 굉장히 무겁고 무섭게 입을 꽉 다물고 표정이 없이 그렇게 있는데, 정말 이상했어요, 제가. 표정이나 분위기가 그런 어마어마한 일을 생각하면서 얼마나 긴장하고 있었겠나, 제 생각에는.”

방송은 또 김재규 전 중정 부장이 자유민주주의가 대의라는 글을 쓴 적이 있고, 부마 사태에 대해 김 전 부장은 박 전 대통령이나 차 전 실장과 달리 시민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 범행에 동원된 인원이 꽤 많은 점 등을 강조했다. 즉, 10.26은 김재규의 계획 범행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사건 현장의 생존자 세 명 중 한 명인 김계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29일 방송에서도 “김재규의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기존의 생각을 반복했다. 사건 당시 같은 방에 있었던 사람 중 생존자는 심수봉씨, 김계원 전 실장과 신재순씨도 있지만, 방송에서 신씨의 인터뷰나 진술은 소개되지 않았다.

방송은 이밖에 궁정동 안가에 관련된 사안들, 10.26에 김재규 중정 부장과 사건에 참여했던 현역 대령인 박선호 의전과장 등에도 촛점을 맞췄다.

한편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최근 MBC가 드라마·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제5공화국 출범 전후의 과거문제를 자꾸 다루는 것이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눈에 띄었다.

네티즌 김을임씨는 30일 “주말 저녁시간 이후엔 한쪽으로 치우친 내용을 방송하는 시사프로그램으로 가득차 있다”면서 “물론 과거의 잘못된 진실은 밝혀져야 하지만 좀 심하다는 말밖엔 할말이 없다”고 밝혔다.

시청률 조사업체인 TNS에 따르면, 이 방송은 12.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평소보다 2~3%포인트 높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