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순 한국원자력연구소 소장

'대한민국 원자력계의 산 증인'인 장인순(張仁順·65) 한국원자력연구소 소장이 27년간 몸담았던 원자력 연구소를 이달 말 정년퇴임한다. 그는 11일 대전에서 취재진과 만났다.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가동 10주년을 기념하는 기자간담회였지만 평생을 원자력 연구에 바친 장 박사가 원자력 연구소장으로 갖는 마지막 공식 인터뷰이기도 했다.

그는 떠나는 소감을 말하는 대신 "원자력을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며 평생의 소신을 다시 한번 밝혔다. 전남 여수 출신인 그는 고려대 화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친 뒤 캐나다 웨스턴 온타리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한 뒤 1979년 원자력연구소에 들어왔다. 핵 연료를 만드는 과정에 필수적인 불소를 연구한 인연으로 그는 원자력 연구에 몸을 던졌다. 이후 장 박사는 한국 표준원자로를 설계·개발했으며 세계적 수준의 하나로 연구용 원자로를 만들어낸 주역이 됐다.

그는 어떤 영역보다도 '민감한' 분야인 원자력을 연구한 대가로 많은 일들도 겪었다. 80년대 초엔 원자력 연구에 대한 정부 지원이 격감돼 어려움에 빠졌다. 미국과의 화해에 주력하던 당시 신군부가 미국이 '위험하게' 여기는 원자력 연구를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소 동료들이 하나둘 떠났지만 장 박사는 "미래를 위해 꾹 참고 버텼다"고 했다.

장 박사는 이날 "우라늄 농축기술을 개발하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한국의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추출 실험에 관해 사찰할 때 "학문적 호기심에서 한 것이며, 19기의 원자로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의 연구자로서 원전 연료용 우라늄을 농축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당당하게 주장해 주목받았었다.

장 소장은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상대를 끌어들이는 달변가. 특히 원자력 이야기만 나오면 "석유가 고갈될 미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원자력만이 유일한 대안"임을 몇 시간이고 쉬지 않고 이야기한다.이 달변가에겐 이미 서너 건의 강연 일정이 대기 중이다. 그는 "앞으로 어디에서고 나를 불러준다면 힘 닿는 대로 찾아가 원자력이 왜 중요한지를 말하고 싶다"고 했다. 말미에 그는 또 하나의 소망을 밝혔다.

"기회가 생기면 중학교 강단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싶어요. 보수는 안 받아도 좋습니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가장 기초적인 학문인 수학을 후손들이 제대로 공부하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