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하늘을 수놓는 흰 띠의 정체는 무엇일까.
항공기 엔진이 내뿜는 매연이 아니라 '비행운(飛行雲·Jet contrails)'이라는 엄연한 구름의 일종이다. 흔히 '꼬리구름'이라고 불린다.
엔진에서 나오는 배기가스 속의 수증기는 외부의 찬 공기에 의해 갑자기 냉각되면서 얼음 입자를 형성한다. 이 입자를 핵으로 수증기가 응결하면서 순간적으로 구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엔진이 2개인 항공기에는 두 줄, 4개인 항공기에는 네 줄의 비행운이 나타나게 된다. 에어쇼 등에서 전투기들이 떼를 지어 오색 띠를 하늘에 그리는 것은 연막탄을 이용한 것으로 비행운과는 다르다.
그렇다고 비행운이 항상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주로 대기온도가 영하 38도 이하로 떨어지는 8000m 이상의 고도에서 나타난다. 작은 물방울이 쉽게 증발하지 않고 얼어붙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교적 낮게 날아가는 국내선 항공기의 경우 비행운을 만들기 힘들다. 주로 높은 고도로 영공을 통과하는 항공기와 정찰용 군용기의 경우에서 볼 수 있다.
비행운이 지구 온난화의 한 원인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일반 구름은 태양광선을 반사해 지표를 차게 하는 데 반해 비행운은 지표로부터 발산되는 열을 가두는 일종의 온실효과를 낳는다는 것. 비행운은 1시간 정도면 사라지지만 항공편이 증가함에 따라 유럽·미국 하늘의 0.5~2% 가량은 비행운에 의해 항상 가려져 있고, 이는 북반구 온도를 0.01~0.1도 끌어올린다고 한다. 또 비행기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자동차 등 도로 교통수단의 최고 5배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항공기 승객들에게 '기후변화 유발 부담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입력 2005.04.03. 18:27업데이트 2005.04.04. 07:44
100자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