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일전쟁 때 일제가 약탈해 가 도쿄(東京) 야스쿠니 신사 구석에 방치해 온 ‘북관대첩비(北關大捷碑)’가 100년 만에 돌아온다고 한다. 북관대첩비 반환운동을 펼쳐 온 한국과 일본의 불교복지협회 관계자들과 야스쿠니 신사측이 도쿄에서 비석의 조기 반환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북관대첩비는 임진왜란 때 함경도 지방에서 우리 의병이 일본군을 크게 무찌른 것을 기념해 세웠던 전승기념비다.

오랫동안 한·일 간에 관심의 초점이 돼 온 북관대첩비가 민간단체들의 노력으로 반환의 돌파구를 열었다는 대목은 눈여겨볼 만하다. 현재 일본에는 3만~4만점의 우리 문화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부분 그들이 일제 강점기에 불법 반출해 간 것들이다. 1965년 한일협정 체결 당시 우리가 돌려받은 것은 일본 정부 소유물로 돼 있는 1321점에 지나지 않았다. “민간 소유물에 대해서는 정부가 관여할 수 없으며 단지 반환하도록 권장하겠다”는 게 당시 일본 정부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민간 소유 문화재 반환 권장에 나섰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

북관대첩비 반환 합의는 일본에 있는 민간 소유의 약탈문화재들도 각 민간 차원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반환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를 조성하고 뒷받침하는 데 양국 정부가 얼마나 성의 있게 노력하는가이다.

특히 문화재청은 북관대첩비가 다른 곳도 아닌 일본의 1급 전범들 위패를 모신 야스쿠니 신사에 광복 후에도 60년이나 방치돼 왔고, 이제 겨우 민간 차원의 협상의 결실로 돌아오게 된 현실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분명 내 나라 문화재라도 이쪽에서 입을 닫고 있으니 누가 순순히 돌려주겠는가. 특히 북관대첩비처럼 민족사의 발자취를 증언하는 문화재들은 언제 어떻게 빼앗겼고 현재 어디에 있는지 세부 지도라도 작성해 끊임없이 일본에 반환을 요구하고 후세대들도 알게 해야 한다. 그게 광화문 현판 교체를 위해 이 궁리 저 궁리 하는 것보다 시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