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연기를 시작했으니까 대한민국에서 꼭 1등을 하고 싶어요. 또 한류(韓流)의 주역이 돼서 후배들이 세계로 나가는 길을 열어주고 싶습니다. 아직 어리지만 제가 욕심이 많은 편이거든요.”

지난 3월 23일 영화 ‘어린 신부’(감독 김호준ㆍ4월 2일 개봉 예정) 기자시사회를 마치고 카페에서 만난 김래원(23)은 시종일관 진지하게 인터뷰에 임했다. 스크린이나 드라마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었지만 진득함이 묻어나와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 자리에는 이번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문근영(17)이 동석했다. ‘어린 신부’는 할아버지들끼리의 약속으로 갑작스럽게 결혼하게 되는 24세 대학생과 16세 여고생의 좌충우돌 신혼기를 담은 영화.

문근영은 “처음에는 그냥 친근한 오빠 같았는데 작품을 해나가면서 진정한 연기자 선배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래원은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에 이어 현재 방영 중인 MBC수목드라마 ‘사랑한다 말해줘’를 통해서도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옥탑방 고양이’에서는 상대역 정다빈과 함께 신세대의 동거를 밝고 건전하게 표현해서 최고 스타대열에 올랐고 대만 수출로 한류스타가 됐다.

“극중에서 맡아온 배역들 때문에 저를 바람둥이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전 내성적이라 사석에서는 남들 앞에 나서는 걸 싫어해요. 낯을 많이 가리죠.”

필요한 말만 나지막하게 던지는 김래원이 연예계에 첫발을 들여놓은 건 1996년 서울 광신중학교 3학년 때였다. 당시 그는 학교대표 농구선수였는데 부상을 입어 잠시 쉬고 있었다.

“아버지 친구분이 CF감독이었어요. 농구하는 내용이 들어있는 광고를 촬영하는데 저보고 묘기를 보여주는 대역을 해보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어쩌다가 제가 등장한 장면이 메인이 됐죠.”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나홀로’ 생활

그 뒤 정식으로 연기에 데뷔한 것은 1997년 MBC청소년드라마 ‘나’를 통해서였다. 강원도 강릉 출신의 김래원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농구선수로 서울에 유학왔기 때문에 당시에도 혼자서 하숙이나 자취를 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혼자 살았다는 게 저도 신기해요. 어렸을 때 술도 마시고 놀러다니는 등 나쁜 짓도 많이 해봤지만 ‘이게 아니다’ 싶으면 곧잘 빠져나왔어요. 다른 친구들도 잘 끄집어냈고요.”

1남1녀 중 장남인 김래원의 가족은 모두 예·체능계에 종사하고 있다. 아버지가 필드하키 선수, 어머니는 미술학원 원장이었고 여동생은 음대생으로 클라리넷을 전공하고 있다.

“제 학창시절은 정말 평범하지 않았어요. 친구들과 잘 어울리면서도 눈에 띄는 행동을 많이 하는 독특한 학생이었죠. 술 마시고 낚시하러 다니고. 공부는 잘 안했지만 학교 행사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했어요.”

그의 어릴적 꿈은 대통령이었지만 점점 연기자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촬영이 끝나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찍자’고 졸라 ‘원 모어(one more)’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부모님께서는 제가 어렸을 때 지극히 내성적이면서도 엉뚱했다고 하세요. 이상한 행동을 자주 해서 배우의 피가 흐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셨다는 거죠.”

그동안 영화, 드라마, CF출연으로 번 돈으로 김래원은 지난해 10월 경기도 용인시 수지읍에 빌라를 구입했다. 이전까지 강원도와 서울에서 이산가족으로 지내던 가족이 그곳에서 함께 살게 됐다. 서울 신림동에 살던 어머니와 여동생이 합류했고 강원도 강릉에서 아버지까지 올라온 것이다. 하지만 김래원은 여전히 자취를 하고 있다. 무척 외로울 만도 한데 아직까지 여자친구도 없다고 한다.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여자친구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질 못했어요. 물론 앞으로는 만나겠죠. 기분이 안좋아도 그 사람만 보면 미소 지을 수 있는 친구였으면 좋겠어요. 대화도 잘 통하고.”

욕심 많고 승부욕도 강하다는 김래원은 스트레스를 잘 받는 편이라고 한다. 해소하는 방법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어릴 땐 스트레스가 쌓이면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텔레비전을 마구 부수기도 했죠.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도 못하겠어요. 그러면 제가 더 작아지는 것 같아서요.”

바다낚시로 스트레스 풀어

그의 요즘 스트레스 해소법은 낚시. 시간이 날 때는 무조건 바다로 나간다. 아무 생각 없이 어떻게 고기를 잡을까에만 몰두하다보면 한 마리, 한 마리 잡히는 순간의 쾌감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을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배 타고 직접 고기를 잡아서 그 자리에서 제가 회를 치고 매운탕을 해먹죠. 지난번에는 사이판에서 영화 촬영할 때 배를 빌려서 낚시를 하기도 했어요. 저희 아버지 취미도 낚시니까 영향을 받은 거죠. 앞으로 아버지와 함께 낚시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김래원은 선배 배우들 중에서 조재현, 휴 그랜트, 기타노 다케시 등을 좋아한다. 특히 ‘하나비’ ‘소나티네’ 등에 출연한 일본 최고의 배우이자 감독인 기타노 다케시의 연기 내공은 자신이 꼭 올라보고 싶은 경지라며 극찬한다.

“앞으로 10여년 간은 연기에 몰두할 거예요. 그리고 대한민국 1등이 되면 사업, 정치 등 다른 분야의 삶도 살고 싶어요. 제가 가진 것을 나눠주고 싶은 거죠.”

서일호 주간조선 기자(ihseo@chosun.com)

김지윤 주간조선 인턴기자(rosejyk@hotmail.com)

* 이 기사는 의 허락을 얻어 게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