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이 '오만 쇼크'의 여진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다시 바늘방석에 앉았다.
코엘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일본과의 경기에서 0대0으로 비겨, 나란히 2승1무(승점7)를 기록했지만 다득점(4골)에서 일본(3골)을 누르고 제1회 동아시아 축구선수권 초대 챔피언(상금 50만달러)에 올랐다.

비록 우승하긴 했지만 “전승으로 챔피언이 되겠다”고 큰소리친 것과 달리 ‘코엘류식’의 축구를 보여주지 못하고 졸전으로 일관, 잠잠했던 인책론이 다시 터져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날 한국의 공격과 수비는 답답하기 이를데 없었다. 더욱이 전반 17분에 일본 공격수 오쿠보가 시뮬레이션 반칙으로 퇴장당해 비교적 일찍 수적 우세를 확보했으면서도 그 이점을 활용하지 못해, 사실상 진 것이나 마찬가지 양상이었다. 10명이 뛴 일본은 후반들어 오히려 공세로 전환해 정확한 패스 연결을 바탕으로 모토야마와 쿠보의 슈팅까지 이어갔다. 후반 24분에는 혼전 중 일본선수의 머리를 떠나 한국 골문으로 빨려드는 공을 한국 수비가 가까스로 헤딩으로 걷어내는 위기까지 맞았다.

코엘류 감독은 이날 김도훈을 중앙에, 안정환과 김대의를 좌우 날개에 배치하는 스리톱을 채택했지만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보이며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나마 안정환이 일본 수비수들을 제치고 몇 차례 결정적 슈팅을 날린 것이 돋보인 정도였다. 한국은 이날 날카로운 공격패스나 볼 배급을 해 줄 게임메이커 부재에 시달렸고, 스트라이커들의 파괴력이 너무 아쉬웠다. 중국전에서 퇴장당한 이을용의 공백도 그만큼 컸다. 한국은 후반 들어서는 수비 조직력도 가끔 허물어지는 모습이었다.

이로써 한국의 일본 상대 전적은 1954년 이후 67전38승18무11패, 코엘류 감독 부임 이후 3전1승1무1패가 됐다. 이날 요코하마 스타디움은 7만여 관중이 빼곡히 들어차 한일전에 대한 기대와 열기를 반영했다. 이에 앞서 열린 3·4위전에서는 중국이 홍콩을 2대1로 꺾고 3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