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르웨이 한 대학에서 실험을 한 결과, 범죄 용의자의 외모가
재판에서 받는 형량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잘 생겼느냐 못 생겼느냐에 따라 형량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얼굴을 직접 보지 않고서도 용의자 신상 명세서에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기록한 것이 미인이냐 아니냐에 따라서도 형량이 달라진다고
한다.

훌륭한 외모는 이러한 후광(後光)효과를 발생시킨다. 후광효과는 외모가
뛰어난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재능이 뛰어나고, 성격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을 갖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국내에도 있다. 9년 전 경남대 심리학과 연구팀의
'가해자의 외모와 형량 판단 간의 매개과정' 분석에 따르면,
가해자에게 처벌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그의 외모가 처벌 크기에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사건과 무관한 가해자의 외모가 동정심 등의
심리상태를 유발시킴으로써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피츠버그대 조사에 따르면, 키 188㎝ 이상인 남자들은 183㎝
미만인 남자보다 수입이 12.4%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능력이 같아도
잘생긴 사람은 못생긴 사람보다 임금을 10% 더 받고 있고, 똑같은
죄인일지라도 미녀는 무죄를 받을 확률이 더 높다는 미국자료도 있다.

최근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풍조를 비판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말 필자는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주최한 '강요된 선택, 외모
지상주의 그 문제점 및 대책 마련을 위한 마당'에 성형외과 의사로
토론에 참여했다. 외모 지상주의의 문제점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에
답변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여성을 외모만으로 판단하고, 외모를 성적인
대상으로 만들거나 상품화하는 것들은 분명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얼굴의 어원은 '얼의 꼴'이다. 얼굴에 영혼의 모습이 비친다는 말이다.
내면의 성숙이 얼굴에 드러나 아름다움의 빛을 발한다면 그것처럼 보기
좋은 인상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외모에 어떤 작은 결점이 있을 때
의술의 힘으로 좋은 인상을 가지려는 것까지 비난할 수는 없다고 본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좋은 인상에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지 않은가.

(김병건·BK성형외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