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연합신학대학원’건물 철거에 반대하는 이 대학 교수들이 6일 철거 잔해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a href=mailto:krchung@chosun.com>/정경렬기자 <


연세대 내 연합신학대학원(연신원) 건물이 기습 철거된 데 반발, 문과대
교수 50여명이 밤샘 천막농성에 들어가면서 시작된 '연신원 사태'가
6일로 100일째를 맞았다. 우거진 녹음 사이에 오롯이 서 있던 평온했던
건물 주변은 투쟁의 공간이 된 지 오래다.

연신원은 지난 64년 건립된 2층짜리 작고 아담한 벽돌 건물. 올초 대학
당국이 이 오래된 건물(연건평 195평)을 헐고
'연세신학선교센터'(연건평 3040평)를 짓겠다고 발표하자, 연신원 바로
옆에 자리잡은 문과대 교수들이 "반(反) 환경적 학교 행정"이라며
항의하고 나섰다. 그러나 대학 당국은 지난 1월 27일 새벽에 연신원
건물을 기습적으로 철거해 버렸다.

문과대 교수 50여명은 '연신원 지키기와 에코 캠퍼스를 위한 모임'을
만들고 무기한 천막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영문과 최종철(崔鍾鐵) 교수는
"역사가 담긴 옛 건물을 철거하고 주변의 녹지를 없애는 건물 신축은
생태학적 환경과 정신적 교육환경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원래
상태대로 복원을 하든지 아니면 대폭 축소된 규모로 건물을 신축하거나
대안 부지를 찾아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듯 신과대 교수 10여명과 대학원생 20여명은 지난 2월 신학관의
빠른 건립을 요구하며 천막을 치고 '맞불' 농성에 들어갔다. 낡은
건물에서 열악한 수업 환경을 견뎌야 했던 신과대 교수와 학생들의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이들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해 달라며 현 위치
건립과 3000평 규모 유지 등 당초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신학과
정석환(鄭錫桓) 교수는 "건물이 낡고 오래돼 천장에서 물이 새는 등
1000여명의 신학대·연신원 학생들이 낙후된 공간에서 공부하고
있다"면서 "바로 이웃에 있는 문과대 교수들이 공사를 막으려는 것은
주차장 시설이나 일조권 등을 침해받기 때문에 들고 일어난 일종의
'님비' 행위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학교측에서 공사 진행을 망설이자, 신과대 학생 100여명이 직접 나서
공사 재개를 위한 모금 운동도 벌였다. 학생들은 지난달 초 돈
5000만원을 마련해 건설회사 직원 10여명과 굴착기 등을 동원, 공사용
담장을 직접 설치했다. 연신원 터에서 5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2m 높이의
회색빛 철책 담장은 천막 농성장을 빙 둘러싸듯 감싸고 있다.

학교측에선 문과대와 신과대 양측의 입장 차이가 워낙 뚜렷해 공사보류
외엔 별다른 대책을 취하지 못해 왔다. 그러던 중 지난달 25일
김우식(金雨植) 총장이 연신원 공사 강행을 공식 발표하자, 독문과
김용민(金容旻) 교수는 단식 투쟁에 들어갔고 문과대 교수 11명은 지난
4일 학과장직을 일괄 사퇴했다. 신과대측은 학교측의 발표를 적극
환영하며 천막을 철수시켰다.

높은 울타리에 둘러싸여 '격리'돼 있는 연신원의 천막 농성장. 대화가
자유롭게 오가는 열린 공간으로서의 대학의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