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블록버스터 ’바람에 불을 붙인 KBS ‘태조 왕건 ’(위). 회당 1억3000여만원이 투입된 SBS ‘대망 ’.


안방극장에도 '블럭버스터 드라마 시대'가 열리고 있다. 1회당
제작비가 최고 2억원을 넘는 드라마가 속속 만들어지고 있고, 총
제작비가 100억원 넘는 대작도 곧 방영된다. '태조 왕건' '야인시대'
같은 블럭버스터의 성공에 힘입어 지상파 TV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드라마에 대규모 자본이 몰리면서 TV가
대중문화의 다양성을 막는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오픈 세트는 기본=세트 건립에만 100억원 이상 쏟아부었던 '태조
왕건' 이후 수십억원대 오픈 세트는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SBS
'대망'은 충북 제천에 조선시대 시전거리를 재현했으며 '야인시대'도
경기도 부천의 1만평 대지에 1930년대 종로 거리를 되살려냈다. 제작비는
두 작품 모두 40억여원대에 이른다. MBC도 11월 말 방영 예정인 '어사
박문수'를 위해 의정부·충주·금산에 오픈 세트를 짓고 있으며,
'다모' '혼의 나라' 등 내년 방송될 사극도 오픈 세트를 준비중이다.
SBS '올인'은 현대물이지만, 제주도에 20억원을 들여 세트를 짓고
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세트 유치 경쟁을 벌이며 가속화되고 있다.

◆천정부지 출연료=여의도의 개런티가 충무로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제작비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KBS '명성황후' 이미연, SBS
'여인천하' 강수연이 회당 600만원선으로 최고액을 기록하더니, SBS
'별을 쏘다' 전도연이 회당 700만원 이상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KBS
'장희빈' 김혜수는 이를 능가하는 액수를 보장받았다는 후문이다.
외주제작사들의 치열한 캐스팅 경쟁, 대형 연예기획사들의 교섭력 강화로
연기자 몸값 상승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왜 블럭버스터인가=비슷비슷한 트렌디 드라마에 싫증을 느낀
시청자들이 색다른 볼거리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방송사들은 최고
인기 장르 드라마에 대규모 자본을 쏟아붓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민영방송 SBS가 이런 흐름에 앞장 서고 있다. '한류 열풍' 이후 드라마
수출이라는 새로운 수입원이 생겼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올인'의
유철룡PD는 "영화의 스펙터클한 화면에 단련된 시청자들이 드라마에서도
그에 못지 않은 리얼리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점은 없나=SBS 교양국의 한 PD는 "다큐멘터리는 7000만원 정도
드는 제작비조차 PD가 직접 뛰어다니면서 구걸하듯 외부 협찬사를 구해야
하는데, 드라마는 수십억원을 쉽게 쓰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드라마 PD들도 "규모에 치중하다 보면 실험적인 드라마가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강만석
수석연구팀장은 "최근 방송사들이 대형 드라마 위주로 자본을
집중투자하면서 과당경쟁과 다양성 파괴라는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며
"전파의 공익성을 감안할 때 너무 광고수익이라는 '돈벌이'를 위해
엔터테인먼트사업을 하듯 대형 드라마에만 치중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