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 혁명으로 등장한 제2공화국의 최고 책임자 장면(張勉) 총리가
5·16 당시 미국 측과 활발히 접촉하며, 쿠데타 진압을 적극 시도한
것으로 최근 비밀해제된 미국 국무부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이는 장
총리가 5·16 직후 사흘간 수녀원에 잠적,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쿠데타가 성공한 것처럼 설명돼 온 그간의 통설과는 다른 것이다.

이완범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는 그린 대사가 5·16 당일과 다음날 미
국무부에 보낸 보고서를 토대로, 5·16 당시 장면 총리의 쿠데타 진압
노력을 18일 공개했다. 그린 대사 보고서에 따르면, 장 총리는 1961년
5월16일 그린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은 안전한 곳에 있으며 매그루더
주한 유엔사령관과 그린 대사가 5·16 직후 장면 정부 지지 성명을
발표한 것에 대해 감사를 표시하고, 유엔군사령관이 상황을 맡아
처리(take charge)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음날인 5월17일에도 장 총리는
중개인을 통해 그린 대사에게 편지를 전달했다. 미국이 제2공화국 정부를
지지하는 것이 확실하냐는 것과 쿠데타 세력이 매그루더와 그린이 발표한
성명서 내용을 실천하지 않을 때,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묻는
내용이었다. 그린 대사는 중개인에게 구두로 "상황을 회복하기위한
지원과 힘은 반드시 한국인으로부터 나와야"한다고 밝히고, 장 총리에게
장도영 육군참모총장과 윤보선 대통령을 접촉할 것을 권유했다.

이 교수는 "장 총리는 윤보선과 장도영을 박정희편에 선 적으로
간주했기 때문에 연락을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