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윤 작가는 ‘여인천하 ’에 대해 “여인들의 얘기라기 보다는 정치얘기에 가까운 것 아니냐 ”고 했다.<br><a href=mailto:jpkim@chosun.com>/김진평기자 <

## “여자들 얘기라뇨? 궁궐의 정치 얘기죠”##


사극 '여인천하'의 작가란 말 외에 다른 어떤 설명이 필요할까?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SBS 사옥 근처 한 커피숍에서 이 드라마 작가
유동윤(37)씨를 만났다. "여인들의 음모란 게…" 류의 첫 질문을
"여자들 얘기 없잖아요"란 짧은 답변으로 간단히 끊는다.

"정치 얘기죠. 사극은 계급사회를 다루지 않습니까? 공부도 정치를 위해
했던 것이고…. 청와대 다루면 정치 얘기 밖에 할 게 없는 것처럼 당시
권력의 핵심인 궁궐을 다루는 데 정치 얘기 밖에 더 있겠습니까?"

사극의 그러한 성격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불가피하게 '현실 정치'를
떠올리게 한다. 사극의 작가들은 혹, 일부러 현실 정치를 끌어들이는
것은 아닐까? 유 작가는 "시청자 확보를 위해 그렇게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정치적인 행위인데, 그럴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유
작가는 대신 전인화가 연기하는 '문정왕후'의 흡인력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반듯한 권력자가 정당하게 권력을 휘두르는 일을 현실서 보기 힘들게
때문에 인기 있단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런 문정왕후도 나중엔 나쁜
정치권력으로 변질해가게 됩니다. 정치적인 기반이 없고,
이데올로기적으로 든든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그런 한계가 나타났겠죠.
그런 의미에선 현실 정치와 비슷하다면 비슷할 수도 있겠죠."

최근 60회를 넘기면서 '여인천하'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게 흘러
나온다. 그 중 하나는 '드라마 전개가 늘어진다' '시트콤 같다'는
것인데, 여기에 대해서도 유 작가는 "제 내공이 부족해서"라고 잘라
말했다. 작가는 그러면서 "대본의 미숙함을 배우들이 잘 견뎌주고 있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몇번이나 했다.

"특히 난정 길상 능금 처럼 궁궐 밖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에겐 미안하죠.
어차피 주무대는 궁궐 아니겠습니까? 난정의 경우 궁궐 안팎으로
부지런히 뛰어다니다 보니 '오버한다'는 얘기도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워낙 난정에 관한 사료가 부족한 마당인데, 그런
난정으로 하여금 드라마를 이끌어가게 하려다 보니 불가피하게 그렇게 된
측면이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드라마 '여인 천하'의
작가이다. 유동윤은 누구일까? 유 작가는 1994년 SBS 극본 공모에
3·1운동 시기 풍수지리를 다룬 '일어서는 땅'이 당선되면서 방송에
발을 디뎠다. 이듬해 SBS 사극 '임꺽정'을 공동집필했고, 1997년쯤
중국음식 배달원과 실명해가는 재즈 가수의 사랑을 그린 '단단한 놈'이
방송됐지만 별로 눈길을 못 끌었다. 그 전에 이공계열 2곳, 문과 1곳 등
3곳의 대학을 거쳐 1988년 고려대 철학과에 입학한 경력을 가졌다.
"들어봐야 특이할 게 없는 이력 뿐"이라고 그는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