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 5일 근무제도를 올해 안에 법제화하고 이르면 2003년부터
도입한다고 밝힘에 따라 한국 교회는 이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한국 교회는 일제 식민지 체제에서도 신앙을 타협하지 않았고 공산주의
폭거 앞에서도 야합하지 않고 성경대로 믿고 살아온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다. 한국 교회는 조국의 운명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방향을 정해주고
조타수가 되어 왔다.

이제, 한국 교회는 민족의 진로를 바르게 이끌기 위한 또 한번의 영적
전쟁을 해야 할 찰나에 이르렀다. 그것은 한국 교회가 주 5일 근무제
도입에 대한 강력한 저지운동을 벌이기로 최근 한국 기독교 총연합회
교회발전 위원회가 결의했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주 5일 근무제를
반대하는가?

첫째, 주 5일 근무제는 십계명에 위배된다. 하나님의 계명 중에는 "엿새
동안 힘써 네 모든 일을 하고 이레되는 날은 안식일인즉 그날을 거룩히
지키라"고 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달력이 일 주일 중 하루를
쉬도록 된 것은 하나님의 창조 신앙의 고백이며 명령이다. 이 같은 성경
말씀은 오늘날 기독교 신앙을 가졌든 그렇지 않든 누구나 그 법과 제도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터에 왜 잘못된 서구의 제도를 선진국형이라는
미명 하에 답습하려는지 염려된다.

둘째, 주 5일 근무제는 향략산업을 부추기고 소비성향을 크게 자극할
것이다. 일하기 싫거든 먹지도 말라는 성경의 교훈이 아니라도 인간이
쉬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고 일하기 위해 산다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다. 물론 우리에게는 적당한 쉼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정신
건강뿐 아니라 육신의 회복, 건전한 가정과 사회를 이루는 데 필수적인
것이다.

그러나 대한 상공회의소 발표에 따르면 현행 휴가 제도를 유지한 채 주
5일 근무제로 전환할 경우 휴일 수가 연간 165일 내지 175일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휴가가기 위해 일한다는 서양인들의
타락한 노동관이 우리 나라에 도입될 경우 이 많은 휴일을 건전하게만
이용할 것으로 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여가 선용
문제로 골치를 아파하는 청소년층의 지도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고
놀고 먹자는 식의 사회 의식이 점차 팽배할 터인데 누가 그 책임을 질
것인가!

더욱이 주말이 되면 도시 공동화 현상으로 역기능이 일어날 것이고
'성수 주일'을 생명처럼 지켜온 교회는 긴 주말로 인해 신앙심이
약한 성도들이나 준비되지 않은 예비 신자들을 교회로 끌어들이기
어렵게될 것이다.

셋째, 주 5일 근무제는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
교회는 일찍부터 근면과 절제를 강조해 왔다.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
하나님 주신 동산, 이 동산에 할 일 많아 사방에 일꾼을 부르네 일하러
가세 일하러 가 삼천리 강산 위해, 하나님 명령받았으니 반도강산에
일하러 가세." 개화기에 민족의 지도자요 애국자였던 남궁억 선생의
작사로 1930년대부터 불렸던 찬송가의 한 구절만 보아도 우리는 하나님이
주신 노동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일 하는 것을 기쁘고 감사하게 대하였다.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책을 출판한 막스 베버는
장로교회의 창설자 칼빈의 직업·노동에 대한 윤리적 태도를 '현세적
금욕'이라고 했다. 무제한적인 인간의 부에 대한 욕망, 그리고
생활에서의 향략을 억제한다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그것들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면 이를 버려야 한다.

주 5일 근무제가 잘못된 정치적 목적이나 타락한 안일주의에 근거한
발상이었다면 이제라도 진정한 애국심을 갖고 엿새 동안 힘써 일하여
부강한 나라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주 5일 근무제 도입시도는 당장
포기해야한다.

( 서울교회 담임목사 )